[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정서윤·이민우 기자] "사실상 전면 봉쇄 단계인 '록 다운(이동 제한)' 도입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다. 지금보다 검사 수를 3배 정도 더 늘려야 한다."
국내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최대치로 높인 데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동 제한과 검사 수 3배 확대를 조언하고 나섰다.
11일 <뉴스토마토>가 감염병 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한 결과, 수도권 4단계보다 더 강력한 방역 정책을 도입해야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특히 검사 표본 수를 대폭 늘리고 변이 바이러스 의료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내 확진자 수가 500명 안팎의 박스권을 유지했는데, 정부가 이를 정체 양상으로 오판했다"며 "잘못된 현상 진단은 백신 접종자 대상 '노 마스크' 시행,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등 시기 상조의 인센티브 정책 추진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 국민들에게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줬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수가 500~600명 선을 오르내릴 때 정부가 정말 조심했어야 했다"며 "마스크를 벗는다고 언급한 시기부터가 이미 실패라고 본다.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많이 낮아져 있다"고 꼬집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안이한 대처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질타도 나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문가들이 이미 상반기부터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경고해왔는데, 정부는 너무 백신 접종률 향상에만 골몰한 나머지 변이 바이러스를 분석할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알파 변이에 비해 감염력이 1.6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미 알파 변이 감염력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1.7배가량 높은 점을 감안하면, 델타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무려 2.4배나 높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델타는 치명률이 높지 않고, 감염력만 높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국민들은 증상만으로 어떤 바이러스에 걸렸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정부가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를 토대로 방역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델타 등의 변이 감염력을 감안한 방역 시스템 구축 강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 대유행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김우주 교수는 "국민들의 불편함은 따르겠지만 정부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록 다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 4단계로도 충분치 않다"며 "만약 현 추세대로 갈 경우 확진자가 3000명대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표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전국 곳곳에 지역사회 감염이 퍼져있어 다음 주에는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위험군 백신 접종이 빠른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교수는 "국내 검사 수가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적은 것이 문제다. 확진자 수는 늘겠지만, 최소 검사 수를 현재보다 3배가량 늘려야 한다"며 "정부가 관공서, 직장 등에 자가 검진 키트 등을 적극 배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숨은 감염'을 차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 문제를 떠나, 유행부터 잡아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대유행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는데, 유행이 진정돼야 이 델타 변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며 "방역은 정부와 국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위기 상황을 명확히 해결하겠다는 신호를 주고, 국민들도 이에 확실히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1일 감염병 전문가 6인은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검사 표본 수를 대폭 늘리고 변이 바이러스 의료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정서윤·이민우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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