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100분 대표, 국민의힘 신뢰 추락
2021-07-14 06:00:00 2021-07-14 06:00:00
'100분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한 지 100분 만에 뒤집었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무려 당대표간 합의가 송두리째 바뀌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이 대표의 회동결과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와 송 대표는 전날 저녁 만찬회동을 통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이 대표는 회동 후 약 100분 만에 자신은 '선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강화 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검토' 취지였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 대표는 '100분 사태'를 '진실게임'으로 끌고 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회동 직후 이뤄진 대변인의 브리핑을 자세히 보면, 합의 번복 쪽에 힘이 실린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대변인은 전날 양당 대표 만찬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는 안과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며 "지급시기는 방역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회동을 마친 뒤 양당 대표는 스피커폰으로 대변인에게 합의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이 대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합의 사항을 전달했을 리 없는 정황이다. 이 대표도 이날 오후 현안 질의응답에서 대변인의 브리핑 진위 여부에 대해 "내용에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합의를 한 것은 맞지만 입장을 번복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내 반발'이 이 대표의 합의까지 허물어트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따르면 회동 직후 이 대표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을 만났다. 국민의힘은 당 원내지도부가 추경 문제의 최종 결정창구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원내지도부는 이 대표의 합의 내용에 강력 반발했고, 이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이 대표가 결국 100분 만에 합의내용을 번복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로 황 대변인의 '수정 브리핑' 등도 이 대표가 김 원내대표 등과 만난 직후에 나왔다.
 
이 대표는 최대한 이 문제를 진실공방으로 끌고가며 당내 문제로 부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합의 번복을 진실공방으로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도 스스로 무능을 입증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당 원내지도부의 최종결정이 중요했다면 먼저 지도부의 의견을 취합하고, 그 뒤 여야 합의를 진행해야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의원들 간에 이견이 제기되자, 정책의총을 열고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하물며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제기되어도 정책의총을 펼쳐 의견수렴을 진행하는데 지도부간 이견은 더 말해 무엇할까.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여야 대표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나"(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13일 원내대책회의) 윤 원내대표의 비판이 국민의힘에 뼈 아픈 이유다. 
 
정치부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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