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내달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은 지난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만이다.
오뚜기의 가격 인상 결정으로 대표 제품인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의 가격은 기존 684원에서 770원으로 변경된다. 인상률은 12.6%에 달한다. 이어 스낵면은 기존 606원에서 11.6% 오른 676원으로 바뀐다. 육개장(용기면)은 8.7% 오른 911원으로 조정된다.
그간 식품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업체들이 하반기에 라면 가격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라면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와 식물성 기름인 팜유 가격이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맥의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같은 기간 팜유의 평균 가격은 무려 71% 상승했다.
특히 업계 1위 농심의 경우 지난해 기준 원부재료 매입액에서 소맥분, 팜유 등 주요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신동원 농심 회장 역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직후 “원재료 가격과 기름값이 올라 원가 압박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인건비, 물류비 등이 늘어난 것도 라면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농심의 마지막 라면 가격 인상 일자는 2016년 12월, 삼양식품은 2017년 5월이다. 이들 업체가 라면 가격을 올린 뒤 4~5년이 흐르는 동안 최저임금 등은 지속 올랐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 2019년은 10.9%다. 이어 지난해 2.9%, 올해 1.5% 인상됐다.
오뚜기가 원자재 값 상승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라면 가격 인상 스타트를 끊은 만큼 농심, 삼양식품 등 경쟁사도 라면 가격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식품업계에서 한 업체가 총대를 메면 동종 경쟁 업체가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농심과 삼양식품의 라면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은 일반적으로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재 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이 하반기에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게 대신증권의 설명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 부담에도 가격 인상이 미뤄지며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라면 3사 매출총이익률은 25%대까지 하락했다”면서 “원가 상승 부담으로 라면 업계의 연내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농심과 삼양식품은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원자재 값 상승으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 역시 “가격 인상 관련해서 검토는 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올릴지 등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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