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신세계(004170) 이마트가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려다 적발된지 열흘 가까이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어떤 성의 있는 조처도 나오지 않고 있다.
사고 다음날 정용진 부회장과 최병렬 이마트 대표가 트위터상으로 "직원의 실수"라고 간단히 해명을 했을 뿐, 공식 사과도 없고, 재발방지 대책도 없다.
이대로 사건이 서둘러 잊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같은 이마트의 무성의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었다. 앞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팔았을 때도, 돼지 앞다리살을 삼겹살로 속여 팔았을 때도 이마트는 현장 직원의 실수라고 변명해 왔다.
이번 가짜 한우 사건을 보면서 일본의 대표적 식품기업이었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유끼지루시를 떠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유끼지루시유업의 우유를 마신 소비자 1만5000여명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조사 결과 저지방 우유 등을 생산하는 오사카 공장 일부 시설의 위생 불량으로 생산라인 밸브에 쌓인 세균(황색포도상구균)이 제품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끼지루시는 오사카시의 회수 명령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우유의 회수를 지연시키는등 신속한 소비자 피해보상과 사과를 미룬 채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이듬해인 2002년엔 유끼지루시유업의 자회사인 유끼지루시식품이 호주산 쇠고기를 자국산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
이와 함께 광우병 문제로 판매가 금지된 홋카이도산 쇠고기를 구마모토산으로 속여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를 일으킨 유끼지루시는 구차한 변명으로 사태를 모면하려 했다. 일선 직원들의 비리 혹은 실수로 일어난 일로 기업은 해당 사고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끼지루시의 설명이었다.
이런 무성의한 태도에 일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대대적인 불매 운동과 점포 철거운동이 일어나서면 유끼지루시의 매출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연매출 5000억엔에 108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한때 일본 최고의 식품기업이자 국민기업으로 사랑 받던 유끼지루시유업은 지난 2002년, 설립 77년만에 도산의 운명을 맞았다.
유끼지루시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마트가 유끼지루시와 비슷한 사고 대처 움직임을 보여도 국내에선 이마트에 대해 대대적인 불매운동이나 매장철거 운동은 일어나진 않고 있다.
가짜 한우 사건 보도 직후 들끓었던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 역시 지금은 일상적인 관심사와 이마트와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 등만이 오갈 뿐이다.
지난주 있었던 이마트 가짜 한우 사건은 이미 대중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가짜 한우 사고로 이마트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신뢰의 균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틈을 벌려나갈 것이다.
이마트가 성의 있는 조처 없이 이번 사건을 넘긴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면, 어쩌면 이마트도 유끼지루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마트가 바로 지금 유끼지루시 사태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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