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서울시 대치…"재설치 불가"vs"오세훈 나와라"(종합)
유족 "세월호 기억 공간 물품 등 보관 시설 만들어라"
시 "광화문 광장 취지와 맞지 않아…고 박원순 시장 계획"
현장 방문한 송영길 "유족 철거 반대 아냐…서울시와 협의할 것"
"당대표가 만날 사안 아니야…시의회가 나설 것"
2021-07-26 17:06:55 2021-07-27 09:41:3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두고 서울시와 유족·시민단체 간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26일 오전 7시20분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위한 공문을 들고 현장을 찾았지만, 유족 측이 면담을 거부하면서 만남이 결렬됐다. 공문 내용은 전시물 이관과 반출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구두로만 전달됐다. 
 
이 자리에서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기억공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예정됐다. 재설치 전제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며 "최대한 설득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4·16 연대 관계자는 "유족들은 서울시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며 "공문도 안 받겠다"고 맞섰다.
 
앞서 지난 5일 서울시는 21~25일 사이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하고 26일부터 철거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문을 유족 측에 보냈다. 그러자 유족 측은 서울시에 기억공간 보존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체 등을 구성하자고 요구한 상태다.
 
4·16연대 관계자는 "유족들은 어디로 이전할지에 대해 서울시와 논의하기를 원하지만 서울시에서 이전 자체를 거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기억공간의 물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 중"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광화문 기억공간 철거 중단 현수막. 사진/표진수기자
 
서울시는 이날 오전 9시쯤 공식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은 보행광장으로 만들어질 광화문광장 취지에 세월호 기억공간은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박원순)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억공간 일대 부지는 다음달 초부터 공사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공사 일정상 7월 중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유가족 대표 및 지원 단체에 이날 철거 예정이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후 11시쯤 김 과장은 다시 한번 세월호 기억공간을 방문해 유족 측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유족 측의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직접 방문을 추가 요구했다. 유족 측은 "오 시장이 직접 방문해 세월호 기억공간 운영 설치 TF를 꾸려야 하는 등의 절충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이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에게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후 2시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월호 기억 공간을 찾았다. 송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담할 때도 이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서 높이 평가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대표의 모습을 참고해 큰 지도자를 꿈꾼다면 탄핵의 강을 건너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헌정사의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잘 보존하는 게 서울시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들이 철거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공사를 하려면 철거를 해야하니까"라며 "공사 완료 후 어떻게 기억 공간을 다시 설치할지에 대해 서울시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을 직접 만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대표가 만날 건 아닌 거 같다"며 "시의회 의장과 (시의회) 원내대표가 만나서 얘기한다고 한다"고 선을 그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방문해 기자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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