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안전”…정의선, 자율주행 전략 ‘선회’
송창현 AVP 본부장 전격 사임
포티투닷 자율주행 영상 공개
기술 내재화·파트너십 ‘투트랙’
2025-12-09 15:16:44 2025-12-09 15:29:24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개발 방향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대차는 오히려 한발 물러서며 안전성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공개 발언과 송창현 첨단차량플랫폼(AVP) 본부장의 전격 사임이 맞물리면서 그룹의 자율주행 로드맵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용인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창립 80주년'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최근 경기도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 그는 “저희가 좀 늦은 편이 있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며 경쟁사 대비 뒤처진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격차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회장의 발언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의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최근 테슬라가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국내에 도입한 데다, GM 산하 캐딜락 역시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를 선보이며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정 회장의 이러한 기조 변화 직전인 지난 3일, 송 사장이 AVP 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포티투닷을 설립한 지 7년, 현대차에 합류한 지 4년 5개월 만입니다. 그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으로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창업했던 송 사장은 2022년 현대차 합류 이후 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을 진두지휘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송 사장이 주도한 SDV 페이스카(시험 차량)를 공개하기도 전에 사임한 것은 자율주행 개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중순까지 SDV 페이스카를 개발 완료하고 2028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놨지만, 핵심 인물의 공백으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포티투닷 자율주행 화면. (사진=연합)
 
이러한 상황에서 송 사장의 퇴장 직후인 7일, 포티투닷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반도로 자율주행 시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6 기반의 시험차가 국내 도심 터널과 교차로를 주행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주차장에서는 보행자와 차량을 인식해 회피하고, 빈 칸에 스스로 주차하는 장면도 포함됐습니다. 조직 내부 불안을 잠재우고 테슬라의 국내 FSD 도입에 맞서 기술력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전략 수정은 단순한 속도 조절이 아니라 개발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그룹이 독자 개발보다는 외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GPU 5만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데이터 학습 역량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내년부터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자체 개발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의 협업을 병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독자 기술 내재화와 외부 파트너십을 함께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힙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중순까지 SDV 페이스카를 공개하고 2027년 말 레벨 2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방침입니다. 2028년에는 레벨 3 완성형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AVP 본부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고, 송 사장의 후임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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