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서울시 대치…"재설치 불가"vs"오세훈 나와라"
'기억 공간' 철거 두고 오전 내내 대치
유족 "대안 없이 나가라니…대체공간도 거부 당해"
시 "설치 때부터 한시적 운영 예정…재협상 불가"
2021-07-26 13:03:48 2021-07-26 13:05:0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두고 서울시와 유족·시민단체 간 힘겨루기가 오전 내내 이어졌다.
 
서울시는 26일 오전 7시20분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관련해 전시물을 이관하고 반출되기를 협조 요청하는 공문을 들고 유족 측을 방문했지만, 면담을 거부하며 만남이 결렬됐다.
 
이 자리에서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기억공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예정됐다. 재설치 전제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며 "최대한 설득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4·16 연대 관계자는 "유족들은 서울시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며 "공문도 안 받겠다"고 맞섰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일 21~25일 사이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하고 26일부터 철거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문을 유족 측에 보낸바 있다.
 
현재 유족 측은 서울시에 기억공간 보존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체 등을 구성하자고 요구한 상태다. 4·16연대 관계자는 "유족들은 어디로 이전할지에 대해 서울시와 논의하기를 원하지만 서울시에서 이전 자체를 거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기억공간의 물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9시쯤 공식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은 보행광장으로 만들어질 광화문 광장 취지에 세월호 기억공간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박원순)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억공간 일대 부지는 다음달 초부터 공사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공사 일정상 7월 중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유가족 대표 및 지원 단체에 이날 철거 예정이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후 11시쯤 김 과장은 다시 한번 세월호 기억공간을 방문해 유족 측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유족 측의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직접 방문을 추가 요구했다. 유족 측은 "오 시장이 직접 방문해 세월호 기억공간 운영 설치 TF를 꾸려야 하는 등의 절충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12시 기준 세월호 기억공간의 강제 철거나 몸싸움 등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합의를 못 이루면 오후나 늦어도 밤에는 철거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서울시 김혁(오른쪽) 총무과장이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에게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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