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남북관계, 비 온 뒤 더 굳어지길
2021-07-28 06:00:00 2021-07-28 06:00:00
27일 오전 10시, 남북은 13개월간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부터 수차례 친서외교를 통해 '조속한 남북 상호 신뢰 회복 및 관계 진전'에 동의한 결과다.
 
남북이 같은 시간,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하고, 발표 당일 각종 소통채널을 정상화하는 성과를 만들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일반에는 공개되진 않았지만 당국 간 충분한 물밑접촉과 공감대 형성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는 남북 정상이 4월부터 수차례 친서외교로 의견을 조율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남북 대화·관여·협력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 바이든 정부 역시 북미 대화와 외교적 해법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지난 22일 방한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문 대통령을 예방하며 "한국과 미국은 함께 호흡을 맞추었기 때문에 '허락(Permission)'이 필요없는 관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셔먼 부장관은 미 국무부 2인자이며, 북한문제와 비핵화협상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러한 인물이 한국까지 와서 '퍼미션(허락)'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단순 '립서비스'로 내놓았을까. 미국의 문재인정부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 북미대화를 지원해달라'는 응원, 북한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과 북미 대화에 응해보라'는 신호 아니었을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한 차례 북미 정상회담 등을 거쳐 거리를 좁혔던 남북 관계는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6월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는 살얼음판을 걸으며 파국을 걱정해야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남북 간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코로나19 방역, 인도적 식량지원, 금강산 개별관광, 개성공단 재개, 6·25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 등 다양한 의제들이 산적하다. 이번 소통 정상화를 계기로 차근차근, 동시에 속도감 있고 불가역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땅은 비 온 뒤 굳어지고, 뼈는 부러진 후 더 단단해진다. 남북관계도 그랬으면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지난 달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게제하며 "문 대통령마저 남북관계를 고치지 못한다면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깨달음, 아마 이것이 그의 진정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어쩌면 남북관계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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