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유업계가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지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분기 실적 회복세가 더딜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정제마진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리지 못한 영향이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펌프잭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1분기(5025억원)보다 3% 줄어든 4879억원으로 추정된다. 에쓰오일(
S-Oil(010950))도 1분기(6292억원) 대비 26% 감소한 465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전망치가 따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1분기 대비 영업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정유사들의 실적이 더딘 회복을 보인 것은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원유를 정제한 석유·석유화학제품 가격도 오른다. 미리 사둔 원유 가치도 오르며 재고평가이익도 늘어 정유사 수익성도 좋아진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2분기 들어 8주 연속 가격이 상승한 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81.8% 오른 배럴당 73.88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83.6% 오른 72.91달러, 브렌트유는 79% 오른 74.68달러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정제마진이 2분기 하락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4월 2.5달러 선에서 3.2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5월 들어 다시 2달러대로 주저앉은 뒤 6월 들어 다시 1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6월 넷째주 정제 마진은 배럴당 1.7달러다. 인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에 따른 봉쇄가 이어지면서 경제 활동이 위축된 영향이다.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이 돼야 수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춤한 회복세라도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버틴 정유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정유4사의 합산 영업손실 합계는 5조97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시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은 상황에 분기마다 재고평가 손실을 감당했고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정제마진까지 겹치며 어려운 시기를 견뎌왔다"면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위기감도 여전히 상존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라 하반기 실적 회복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하반기 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정제마진의 부진은 단기적 요인으로 3분기부터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첫 주 정제마진은 1.8달러로 소폭 상승한 뒤 둘째 주 2.9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요 회복에 대응한 제품 생산 증가로 정제마진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 해소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면서 정제마진 반등 시점 역시 임박했다고 판단한다"면서 "업황 정상화 이후에는 수요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노후 정제설비 폐쇄 등에 따른 수급 개선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산업활동이 재개되면서 하반기 항공유, 경유 수요 회복도 정유사 실적 개선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운송유의 경우 전체 석유 제품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코로나 재확산과 유가 하락의 리스크 상존하지만 4분기에 난방유 시즌과 함께 항공 수요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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