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코로나19 확산 속에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에서 개최국인 일본이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각종 우려에도 올림픽을 강행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자축하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올림픽이 열린 해에는 예외 없이 총리가 사임한 '올림픽 징크스'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올림픽 대회 12일차인 3일 기준 일본은 17개의 금메달을 따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합산하면 현재까지 총 3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 기간 일본의 '역대 최다'는 금메달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 또한 1만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올림픽 개막 전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 최다 기록은 지난 1월8일 7957명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 이후 7월29일 1만명을 넘어선 이후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 일본 정부는 2일부터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수도권 3현과 오사카부에 긴급사태 선언을 추가 발령했다. 또 홋카이도, 이시카와현, 교토부, 효고현, 후쿠오카현의 5개 지자체는 한 단계 낮은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중점조치)를 적용했다.
기간은 모두 2일부터 31일까지로, 도쿄도와 오키나와현에 내린 긴급사태 선언 기간도 22일에서 31일까지로 연장됐다. 이로써 일본 전역에서 긴급사태 또는 중점조치가 선언된 지자체는 11곳이 됐다.
이처럼 도쿄올림픽 개막 직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지만 스가 총리는 이번 대확산과 도쿄올림픽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는 '한창 진행 중인 올림픽이 감염 확산의 원인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외국 선수단이) 공항 입국 때 일본 국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등 확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그것(올림픽)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미흡 속에서 도쿄올림픽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고,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 개막 이후 처음 실시된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정기 여론조사(7월 23~25일)에서 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4%로 나타났다. 올림픽 개막 전인 지난 6월 여론조사에 비해 9% 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로, 닛케이 조사 기준 스가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지병을 이유로 자민당 총재 임기를 1년 남겨 놓고 물러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재로 선출된 뒤 총리가 됐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국회의원들이 총리를 선출하는 구조로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7일 요미우리TV와의 인터뷰에서 재선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9월30일까지로,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폐막 직후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총선거가 이뤄진다. 재선을 목표로 하는 스가 총리에게 도쿄올림픽은 도박이자 승부수였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는데, 올림픽이 열린 해에 총리들은 모두 사임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미흡, 무리한 올림픽 강행, 리더십 상실 등의 이유로 이 같은 징크스가 반복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