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문혜현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야권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절정에 치닫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에서 이 대표에 대한 탄핵까지 언급했고, 이 대표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자 당 내 균열이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며 "대선 앞두고 당 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캠프는 본 적이 없다 했는데 알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모 유튜브 채널이 하던 말을 항상 그대로 하시는 것을 보니 당보다는 유튜버들과 관계가 더 중요하신가 보다. 하시고자 하는 일들에 건승하시라"고 윤 전 총장 측을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지칭한 모 유튜브 채널은 극우 성향 채널로 보인다.
논란이 된 '탄핵' 발언은 윤석열 캠프 총괄 부실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에서 시작됐다. 신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한판 승부'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 결정에 대한 후보들 간 입장이 엇갈린다'는 진행자의 말에 "당 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닌가"라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는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오는 18일 정책 토론회를 여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선 후보로 세우려는 목적으로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한 토론회를 강행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신 전 의원은 "오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 대표를 겨냥하거나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어제 인터뷰에서도 강조했듯이,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당과 각 후보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순조롭게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윤 전 총장 캠프의 '당 행사 보이콧 종용'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갈등 상황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 전 총장 측 인사로부터 "'(봉사 활동 행사에) 가야 하냐, 안가면 안 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저는 이미 공지를 받고 가겠다고 했다. 지금 와서 불참한다는 게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표는 "지도부 없을 때 입당 직후부터 뭐가 그리 잘못돼서 당 내 행사 보이콧 종용을 하고 이제는 탄핵 거론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당을 흔들어도 공정 경선 기조 이어 가겠다. 하이에나와 스카가 끝까지 친하게 지내던가. 멧돼지와 미어캣 같은 분들과 함께 하시라"고 비판했다.
깊어지는 갈등에 윤 전 총장 측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표가 캠프 내 인사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또 가시 갈등은 증폭될 전망이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젊기 때문에 상당히 의욕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너무 경선 과정을 자기 중심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탄핵' 발언에 대해선 "이 대표의 독주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탄핵까지 가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는 대표로서 자신의 역할, 당 전체의 화합과 선거 승리를 위한 대의를 위해 나가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각 예비 후보들은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규칙과 과정을 자신에 유리하게 통제하려고 하지 않겠나. 그런 이해 관계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국회에서 접견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조현정·문혜현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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