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갈까' 버티는 LCC, 재무구조 개선 돌입
LCC 4사 무상감자·유상증자로 유동성 확보…자본잠식 탈피
2021-08-17 06:04:19 2021-08-17 08:07:37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했다. 무상감자·유상증자에 영구채 발행 등 자본잠식에 따른 관리 종목 지정 위기를 넘어 안정적 경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앞다투어 자본 확충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항공기들이 서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1위 제주항공(089590)은 지난 13일 제주 시리우스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의 건' 등을 결의했다. 발행주식 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낮춰 자본금을 줄이는 것이다.   
 
제주항공이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것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사업자 면허가 취소된다. 무상감자로 제주항공의 자본금은 1924억원에서 384억원으로 줄어든다. 지난 1분기 제주항공의 자본총계는 1371억원, 자본금은 1924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28.7%에 달했다. 무상증자로 자본잠식률은 -264%로 줄어든다. 
 
제주항공은 감자 이후 곧바로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돌입한다. 지난해 8월 유상증자를 단행해 1506억원을 수혈한 뒤 약 1년만에 자본금이 바닥난 탓이다. 제주항공은 무상감자 건 결의와 함께 정관 변경을 통해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1억주에서 2억주로 늘렸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참여한다. 증자 여부는 애경 지주사 AK홀딩스 이사회를 통해 확정된다. 
 
한진칼(180640)의 자회사 진에어(272450)도 자본 확보에 나섰다. 진에어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1084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750억원의 영구채 발행을 결의했다. 1분기 기준 진에어의 자본총계는 259억원, 자본금은 45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42.4%에 달했다. 이는 LCC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으로 확보되는 총 1834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면 모두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오는 11월 자본 확충이 마무리 되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에어부산(298690)도 하반기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내놨다. 자본 조달로 항공기 리스료(1036억원)와 정비료(1307억원), 인건비(156억원) 등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증자는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이 979억원 규모의 신주를 받고, 실권주는 일반 공모하는 방식이다. 에어부산은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약 3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1분기 기준 에어부산의 자본총계는 539억원, 자본금은 821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34.4%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지난 4월 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다. LCC 중 가장 먼저 자본 수혈에 나서 자본잠식을 피한 것이다. 비상장사인 플라이강원은 최대주주 주원석 대표가 120억원의 운영자금을 투입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마련했다. 
 
LCC 업체들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적자 행보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델타 바이러스 확산 등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여행심리가 꺾이면 겨우 회복 국면에 접어든 국내선 여객도 다시 주춤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원금마저도 오는 10월이면 끊긴다. 
 
LCC 업계 관계자는 "제 살 깎는 출혈경쟁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반복되는 유증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기간산업정자금 요건 등을 한시적으로 낮춰준다면 일부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단기 대책일 뿐 업황 회복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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