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350여 만명의 난민이 대거 발생해 국제 사회가 고심하고 있다. 해외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난민 수용처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수용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등 아프간 주변 국가들은 탈레반을 피해 탈출한 난민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난민으로 위장한 무장세력이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그리스와터키 정부 역시 "유럽의 난민 창고가 될 의무와 책임이 없다"며 난민 수용에 난색이다. 오스트리아도 공식적으로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오스트리아가 자발적으로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라며 "나의 재임 기간 중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아프간 내 난민은 약 350여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에만 55만명이 집을 떠났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아프간 인접 국가에서만 난민·망명 신청자가 220만명 정도에 달했다.
22일(현지시간) 미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버지니아주 챈틸리의 임시 숙소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샤진/뉴시스
난민 수용 절차에 들어간 국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은 4개 대륙의 26개국에 아프간 난민들의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 시설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임시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내 버지니아주와 인디애나주, 캘리포니아주, 한국, 일본, 스페인, 독일, 코소보, 이탈리아 등이 주요 대상국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서도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프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며 "최소한 임산부가 있는 가족, 아동과 그 가족만이라도 받아들임으로써 국제사회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SNS를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기지 내 일시적 수용이 아닌 국내 체류 지위 부여 등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프간 난민과 관련해선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지난 2018년 예멘인 500여명이 고국의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지위 신청을 하면서 찬반 논란이 격렬한 바 있다. 이슬람 국가에 대한 반감과 범죄 및 테러 세력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치권 인사들의 난민 수용 검토 발언에는 "코로나19로 국민들도 힘들어하는 시기에 타국 난민까지 받는 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유럽도 테러 유입을 우려해 난민을 거부하는 데 말이 되느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아프간과 입접한 이슬람 국가에서 난민을 수용할 문제라며 반대 의견을 낸 이들이 대다수다.
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탑승할 비행기를 기다리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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