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유퉁 주식 25% 보호예수 풀린다…VC 엑시트 우려
FI들 보유지분 40% 상장 후 장내 매도 지속…주당 취득가 현주가 절반 수준
2021-08-26 06:00:00 2021-08-26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 3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276730)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보유분 주식의 보호예수가 26일 해제된다. 특히 제주맥주의 경우 VC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율이 높은데다, 대부분의 투자가 상장이전에 이뤄진 만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 주식 947만53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26일 해제된다. 이번 해제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수(5599만5890주)의 16.91%로 최대주주 등 보호예수 물량을 제외한 유통가능 주식(3774만8868주)의 25.09%에 달한다. 
 
제주맥주는 상장이전부터 오버행 논란이 뒤따랐다. 제주맥주는 ‘이익미실현기업 상장 요건’(테슬라 요건)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매년 적자가 지속됐던 만큼 투자금 유치가 필요했고, 브랜드 론칭 후 3년 만에 누적 투자금 600억원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VC 등 FI들의 지분이 급격히 늘어났다. 상장 직후 FI들의 보유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절반에 달했다. 여기에 FI 보유분 주식들의 보호예수 기간도 1~3개월로 짧아 오버행 우려가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상장 당시 제주맥주의 주주비중은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22.5%였으며, 일반법인은 9.9%, 벤처투자 및 전문투자자가 45.2%, 상장주선인 0.4%, 기타 주주 7.0%, 공모주주(기관+일반) 14.9% 수준이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제주맥주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3345원으로 공모가(3200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FI들의 투자가 상장 이전에 이뤄진 만큼 대부분의 FI들은 100~200%가량의 평가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로 확인 가능한 일반법인 및 벤처투자들의 제주맥주 주식 취득가액은 1000~1750원 사이로 확인됐다. 한익스프레스(014130)는 지난 2015년 제주맥주에 5억원을 투자해 50만주의 주식을 취득했다. 당시 주당 취득가액은 1000원으로 이날 종가 기준 한익스프레스의 평가이익은 234.5%에 달한다. 이밖에 에스비에스네오파트어스의 주당 취득가액은 1500원, 우신벤처투자는 1750원이다.
 
이미 일부 VC들은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다. VC들 중 제주맥주 보유지분이 가장 많은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상장 당일과 이튿날 양일에 걸쳐 제주맥주 보유 지분 중 75만주(1.75%)를 매도했다. ‘미래창조네이버-스톤브릿지초기기업투자조합’이 보유했던 지분으로 보호예주가 걸리지 않았던 물량이다. 매도금액은 5040~5230원 사이다. 
 
포레스트파트너스도 상장 당일인 5월26일 보유 지분 112만주(2%)를 주당 4876원에 처분했다. 해당물량은 ‘에프피파인트리1호’를 통해 투자한 지분 320만주(6.75%) 중 보호예수가 설정되지 않은 물량이다. 
 
포레스트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벤처스가 보호예수를 설정하지 않고 팔아치워 얻은 매각 대금은 각각 39억원, 54억원이다. 이들 VC는 제주맥주의 초기 투자자로 매각에 따른 차익은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SBI인베스트와 한국산업은행도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제주맥주 상장 당일 보호예수를 걸지 않은 물량 26만5338주를 5448원에 장내 매도했으며, 1개월 보호예수가 해제된 6월28일에는 9만3489주를 매도했다. SBI인베스트먼트가 상장 직후 지난달 15일까지 장내에 팔아치운 물량만 총 46만7727주(0.84%)에 달한다. 한국산업은행도 1개월 보호예수가 해제된 직후인 6월29일부터 30일까지 14만7140주(0.26%)를 장내 매도했다.
 
현재까지 제주맥주의 지분을 매도한 스톤브릿지벤처스, 포레스트파트너스, SBI인베스트 등을 제외하고도 SL인베스트먼트, UTC인베스트먼트, 우신벤처투자, 원앤파트너스 등이 제주맥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오버행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FI들이 보유한 제주맥주의 지분은 40.35%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주맥주의 경우 다수의 FI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 이전부터 오버행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주가가 공모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초기 투자자들인 FI들의 주식 취득가액은 공모가 대비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맥주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원금 회수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주맥주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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