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대학 괴롭힘 피해자 2차 가해…분리조치 안하고 독방에 방치
군인권센터 "피해자 보호조치 안 이뤄져"
2021-09-02 14:51:05 2021-09-02 17:05:42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해군 군사경찰단이 ‘상사 갑질’ 피해를 호소한 해군대학 하사를 방치해 2차 가해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일 “해군본부 직할 해군대 내 지원과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을 지난달 접수했다”며 “피해 하사 A씨는 B중령으로부터 지난 1월부터 8개월간 상습적으로 모욕당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 하사는 지난해 12월 제대로 업무 인계도 받지 못한 채 해군대학 지원과에 투입됐다. 이에 지원과장인 B 중령은 부임 직후부터 전 부서원이 모인 자리에서 A 하사의 업무 미숙을 공개 비난했다.
 
B중령은 전 부서원을 집합시켜놓고 A씨에게 “너는 발전이 없어” “야, 말 끊기 새끼, 너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야! 인마 이런 것도 못 해?” 등의 폭언을 했다고 한다. 임관 3년 차 초임 하사인 A씨는 이처럼 부서원들 앞에서 지적받은 게 30여 차례라고 주장했다.
 
B중령은 또 평소 부서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해군본부에 '저 하사 언제 가냐'는 전화를 해 모욕을 줬다. 최근에는 일방적으로 A 하사를 업무미숙을 이유로 인사교류 명단에 포함해 전출을 통보했다. 통상 한 근무지에서 2년 정도 근무하지만 A씨는 8개월 만에 인사 대상이 됐다.
 
군인권센터는 “A씨는 해군본부 군사경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박 과장과의 분리조치를 요청했지만 군경은 ‘부대 특성상 업무개입이 어렵다’ ‘우리는 권한이 없다’는 말만 했다”며 “피해자는 다시 B중령과 함께 쓰는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군대학 지원 차장은 지난달 중순 휴가에서 복귀해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를 요청한 A 하사를 빈 책상만 있는 독방으로 보냈다"며 "피해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일부 기업에서 사원을 빈 사무실에 보내는 건 퇴직을 유도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며 “해군본부는 박 과장을 보직해임하고 피해자를 방치한 군사경찰단 관계자를 직무유기로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사망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시민들의 분노가 군을 향하고 있음에도 일선 부대의 인권 감수성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군대학측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건 접수 이후 A씨의 요청에 따라 휴가 조치했으며, 휴가 복귀 후 A씨의 희망에 따라 1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또 “해군 군사경찰단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했고, 가해자의 모욕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단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28일 경남 진해 군항에 정박중인 마라도함 비행갑판 위에서 열린 '마라도함 취역식'에서 장병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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