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조종사 자격심사 제도 나온다
"티웨이 해고 건, 코로나19가 낳은 비정상"
국토부 "항공안전 관련 전반 제도 개선"
전문가들 "평가보다 훈련에 초점 맞춰야"
2021-09-07 06:00:10 2021-09-07 06:39:16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항공 운항승무원들의 자격 유지 심사 제도 개선에 착수하는 것은 업황 불황 장기화로 조종사 기량을 평가하는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기량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항공 안전 측면에서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유지하더라도 평가보다는 인재 양성 측면에서 조종사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티웨이항공훈련센터에서 열린 '항공의 꿈을 만나다'에서 학생들이 기내 조종석에 앉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항공 안전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이중 조종사들의 운항자격심사 제도도 보완 대상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티웨이항공(091810) 부기장 해고 건을 두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불거진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단독)정부, 코로나 이후 해고 조종사 문제 조사한다) 과거에 기량 미달로 운항자격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항공사 경영난으로 근로자들의 장기간의 휴직과 복직이 반복되는 상황에 조종사들이 정상적인 기량을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기장은 "자동차 운전만 해도 7개월간 쉬다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을 때 운전자 입장에서 어색하고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데 항공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상식적으로 7개월 만에 쉬다가 복직해서 제 기량을 발휘한다는 게 무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노선 축소로 비행 기회 자체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비행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까다로운 심사에 더 큰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항공안전법에 따라 상업용 항공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종사는 90일 이내 3회 이상 이·착륙 경험이 있어야 법적 자격 유지가 가능하며, 별도의 정기 시뮬레이터 평가와 노선 심사를 수료해야 한다. 자격 심사는 2번의 시뮬레이터, 1번의 노선 심사로 진행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자격 인정이 취소된다. 훈련 또는 평가 시 조종사 기량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추가 교육 프로그램·평가를 통해 조종사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국토부는 티웨이 건을 비롯해 전 항공사에 유사한 사례는 없는지 두루 살핀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심의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의 과정이 없었다고 한다면 문제"라면서 "적극행정 측면에서 전 항공사를 대상으로 불충분한 부분은 없는지, 심사 항목이나 훈련 방법 등 항공안전 관련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항공학과 A 교수는 "각 회사마다 불합격자의 처리 규정이 있으니 회사는 적법한 절차를 수행했다고 보겠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해고 당사자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객관적 검증이 매우 난해하지만 순수 기량적 측면에서 불합격 처리가 되었는지, 회사 사정과 기타 국면이 작용하였는지 양측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단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을 토해낼 수도 있는 여지도 있는 만큼 애초에 정직원으로 뽑았고 부기장 승격까지 시킨 회사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귀중한 자원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운항자격심사 제도 개선과 관련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항공기 운항승무원의 자격부여·유지를 위한 운항자격심사 업무를 위촉심사관에게 위임하고 있다. 국토부가 약 6000명에 육박하는 조종사 평가를 일일이 진행할 수 없는 만큼 심사 업무를 대신 진행하는 것이다. 
 
종사자들은 일부 위촉심사관의 주관적 평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하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촉심사관이 항공사에 소속된 만큼 사 측에 유리한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LCC 기장은 "항공업이 선진화되지 못했던 시절 위촉심사관이 마치 왕처럼 군림하던 때에 비해 상황이 많이 개선되긴 했다"면서도 "애매하고 주관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여전히 기장조차 위촉심사관에게 잘못 찍히면 평가에서 탈락할 수 있어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 운항 안전성 증대를 위해 취약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훈련을 할 수 없을 때 제도적으로 지원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A 교수는 "조종사 기량을 평가 위주로 가는 게 아니라 훈련을 통해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조종사 기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하고 안전지도 방면의 추천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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