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밀려오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에 맞서기 위해 토종 OTT가 손잡고 콘텐츠 공동 제작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경 없는 인터넷을 타고 모든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내 미디어 기업이 손잡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왼쪽부터)문철수 한국OTT포럼 회장(교수),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 황혜정 티빙 국장, 원지현 왓챠 COO&공동창업자.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실장은 7일 서울 마포구 상암 YTN 뉴스퀘어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 콘텐츠마켓 2021(BCWW 2021) 기조 세션 '한국 OTT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도전'에서 "(웨이브·티빙·왓챠가) 각자의 장점을 살린 공동 제작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막강한 파워를 가진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경쟁하기 위해 각 업체가 가장 잘하는 부분을 합쳐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콘텐츠를 포괄하는 '웨이브'는 대중성을, 큐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왓챠는 데이터 분석 능력을, 예능과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한 티빙은 언제든 가볍게 볼 수 있는 트렌드 있는 콘텐츠를 장점으로 가졌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왓챠의 데이터 핸들링, 티빙의 아이디어와 제작 능력, 웨이브의 지상파 IP(지식재산권)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OTT를 포함한 우리 미디어 기업이 서로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호 간의 콘텐츠를 교차 제공하거나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티빙에서 콘텐츠를 총괄하는 황혜정 국장도 "OTT 세 개가 경쟁 구도인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색깔이 뚜렷해 때로는 경쟁하지만 때로는 뭉쳐서 신선한 콘텐츠를 시장에 보여줄 수 있다"며 "같이 힘을 합쳐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세 업체 모두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아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OTT'라는 원 플랫폼의 실현 가능성에 관해 묻자 이 실장은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나 이런 쪽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웨이브·티빙·왓챠가 같은 입장에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당위성이나 공감이 먼저 있어야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OTT를 규제하기 전에 글로벌 OTT와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도입해 OTT 정책을 포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런 모습은 글로벌 OTT에 대항할 방법도 못 찾은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 실장은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먼저 선결해야 할 것은 글로벌 OTT와의 형평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방안"이라며 "이것이 나오고 규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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