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시프트주택)의 장부 가격을 의도적으로 시세보다 현저히 낮췄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가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H공사가 보유한 장기전세주택의 자산가치는 총 33조7000억원, 호당 평균 1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실련은 SH공사가 공개한 장기전세주택의 장부가는 7조5000억원, 호당 2억3000만원으로 시세의 5분의1 반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SH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SH 장기전세주택 현황’에 따른 사업지구별 장기전세주택 세대수, 취득가, 장부가를 분석해 올해 7월 기준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에 나온 시세와 비교했다. 분석 대상은 전용면적 59㎡(25평) 기준 209개 단지, 3만2964세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7년 강서구 발산지구와 송파구 장지지구에 처음 공급된 장기전세주택 경우 SH공사의 취득가는 각각 1억1000만원, 1억5000만원이었다. 현재 시세는 7억8000만원, 12억5000만원으로 14년 동안 7~8배가 올랐다.
반면 SH가 평가한 장부가는 각각 8000만원, 1억2000만원으로 오히려 취득 당시 보다 떨어졌다. 토지가치 상승은 반영하지 않고 건물 감가상각만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실련의 분석이다.
장부가와의 차액이 가장 많이 나는 단지는 강일1지구이다. 1667세대가 공급된 강일1지구의 총 시세는 1조6930억원이지만 장부가는 3502억원으로 시세보다 1조3000억원 이상 축소 평가됐다. 이 외 위례 A1-10블록, 위례 13블록, 고덕리엔파크3단지, 세곡2지구 3단지 순으로 장부가액과 시세의 차이가 컸다. 경실련은209개 단지 전체의 장부가는 시세보다 26조2000억원 축소 평가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호당 가격이 가장 많이 축소된 아파트는 아크로리버파크로, 시세는 25억원이지만 장부가는 시세의 4%인 1억원에 불과하다. 공공택지의 경우 장지10단지가의 시세는 12억원인데 반해 장부가는 1억원으로 시세의 8.3%만 반영됐다.
경실련 측은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 10만호의 시세는 74조원으로 추정되지만 장부가격은 1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자산을 저평가 해놓고 공공주택을 적자사업으로 강조하며 땅장사, 집장사를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번 부채비율을 내세워 적자사업으로 포장하고 국민임대, 영구임대, 시프트 등 양질의 장기공공주택 보다 비싼 기존 주택 매입임대 확대에 치중했다"며 "공공주택 사업은 부채 뿐 아니라 자산도 증가하는 사업인 만큼 적극적인 추진을 위해 자산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H공사는 장부가에 현재 시세를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도적인 자산 축소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기업 회계 기준에 따라 취득원가로 측정하는 원가모형을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세로 측정하는 재평가모형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합병 등 기업환경의 중대한 변화, 동종산업이 대부분 채택한 회계정책으로 변경 등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나 SH공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SH공사는 시세를 반영한 평가로 바꿔도 당기손익 증가 등 영업수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 공공주택 확대를 위한 재원확보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SH공사 관계자는 "경실련의 재평가 모형은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는 있으나 SH공사가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지방공사채 발행을 위한 승인심사 시 재평가잉여금은 제외되므로 변경의 실익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관계자들이 15일 경실련 강당에서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 현황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경실련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