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7일부터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섰다. 이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호남의 힘'을 외친 데 이어 전통시장에선 지지자 3000여명과 함께 세를 과시했다. 청백리의 묘도 참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공세에 정면 대응했다. 이 후보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호남에 머물며 25, 26일 있을 호남대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9시30분 광주형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찾은 데 이어 11시엔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245를 방문해 '광주·전남·전북 특별메시지'를 발표했다. 전일빌딩245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쏜 총알 245발이 건물 곳곳에 박힌 역사 현장이다. 이 후보가 호남 메시지 발표 장소로 이곳을 택한 건 광주정신을 계승해 불공정·불평등, 기득권의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 후보는 "아직도 곳곳에 남은 전두환, 군복이 사라진 자리에 '법복 입은 전두환'이 활개를 친다"며 "무소불위 위헌 불법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서초동서 부활했고, 검찰·언론·경제 기득권 카르텔은 건재해 공정과 정의를 가장한 가짜 보수, 대한민국을 촛불혁명 이전으로 돌리려는 국정농단 세력이 완전히 사라지느냐 부활하느냐 하는 역사적 대회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또 "군부독재를 끝내고 민주정권을 만든 호남의 힘으로, 적폐 기득권과의 마지막 대회전까지 승리로 장식해 달라"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택해 국가의 운명을 바꾼 호남이 이번엔 이재명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동석한 조정식·박주민·김남국 의원 등 약 30명의 의원과 큰절까지 했다.
이 후보는 메시지 발표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이 어떻게 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재차 광주정신을 언급하며 "저를 후보로 선택해주시면 반드시 이겨서 민주당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했다.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 옥상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오후에는 함평군 천지전통시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만났다. 후보 측에 따르면 이날 시장에 집결한 지지자는 약 3000명. 올해 7월 기준 함평군민이 3만1000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군민 10분의1이 모였다는 게 후보 측 설명이다. 이 후보는 이곳에서 약 30분 정도 머물며 상인들과 인사하고 세를 과시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이 후보는 장성군에 위치한 조선시대 청백리 박수량 선생 묘소와 백비(白碑)를 참배했다. '백비'는 아무 글씨도 새기지 않은 비석이라는 뜻이다. 분수에 넘치는 영광을 누리지 않겠다는 박수량 선생의 의지가 담겨 있다. 지지자 한 명, 한 명 만날 시간도 아까운 판에 백비를 찾은 건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개발 건과 관련해 결백을 피력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이 후보는 호남지역 우천 우려로 기삼연 의병장 묘소 참배 일정을 취소했으나 백비 참배는 강행했다. 백비를 참배할 땐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접근하지 않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호남 메시지를 발표할 때도 "단 한 톨의 먼지나 단 1원의 부정부패라도 있었다면 이재명은 가루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전라남도 함평군 함평읍 함평천지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진/이재명캠프
광주=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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