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2050 탄소중립, 속도조절 절실”
“혁신기술 없이 단기에 추가 감축 어려워”
2021-09-28 16:00:00 2021-09-28 1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산업계가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혁신기술 개발 없이 단기간에 추가로 감축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탄소중립위원회와 공동으로 상의회관에서 2050 탄소중립 및 2030년 국가 감축목표(NDC)에 대해 논의하는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8월31일 경제5단체가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및 2030 NDC 논의를 위한 탄중위와 경제계의 소통창구 개설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탄중위는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올해 5월 출범했으며, 지난 8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고 오는 10월말까지 2030 NDC를 수립할 예정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산업계가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속도조절지 필요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뉴시스
 
간담회에서 산업계는 2030 NDC는 이상적 목표가 아닌 현실적인 가능성을 기반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지난 30년간 우리 기업은 자발적협약,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등 정부 정책에 맞춰 최신 감축기술을 적극 도입한 결과 탄소배출 효율을 42% 이상 개선해 글로벌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미래기술이 필요하나 2030년까지 해당기술이 개발되는 것이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다”며 “이는 단기간에 추가적인 감축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8년여밖에 남지 않은 2030 NDC는 현실적인 기술수준과 감축여력을 고려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국내 제조업은 국가주력산업으로 수출과 일자리 비중이 막대한 만큼 산업 현실과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해 2030 NDC를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2050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이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데 공감하면서 탄소중립이 새로운 경제질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사 참석자는 “기업들은 수출 과정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으나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적인 미래기술은 개별 기업이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다”며 “탄소중립 과정에서 기술개발과 공정전환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 주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B사 참석자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은 기술개발 성공여부가 불확실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의 과감한 자금 투입,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2022년부터 조성되는 기후대응기금을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적극 투입하고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고려해 탄소중립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30 NDC 달성과 국내 기업의 이행부담 완화를 위해 국내기업의 해외감축실적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D사는 “국내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으나 국내 정책 변화, 과도한 인증절차 등으로 인해 감축실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은 글로벌 문제이기 때문에 EU·일본의 사례와 같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감축실적을 NDC 달성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참여기업들은 △그린수소 생산시스템 구축 지원, △기후대응기금 활용방안 구체화, △폐플라스틱 재활용시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 △배출권거래제의 상쇄배출권 사용 비율 확대 등을 건의했다. 탄중위는 이날 제기된 산업계 의견을 검토한 후 10월말 수립예정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에 반영할 예정이다. 
 
한편 회의에는 산업계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우태희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이관섭 부회장 등 경제5단체를 비롯해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포스코(005490), LG화학(051910) 등 국내 대표기업 관계 임원이 참석했고, 탄중위에서는 윤순진 공동위원장, 김정인 경제산업분과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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