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탈 논란의 집중 포화를 받은
카카오(035720)가 바짝 엎드렸다. 지적을 받았던 사업들의 철수를 결정하거나 검토를 진행 중이고 인수를 결정했던 업체와의 합병도 보류하고 있다. 3년 만에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의장은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부분, 논란이 있는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한 상생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수장으로서 명확한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김 의장은 "플랫폼에는 빛과 그림자의 이미지가 있다"며 카카카오의 역할에 대한 소신도 언급했다. 카카오의 기술 경쟁력이 다수의 플랫폼에 적용돼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기술도 없는 사람들을 시장에 진입시킨다는 사명감에서 관련 사업들에 착수했다는 해명이다. 그는 "카카오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구분에 대한 역할과 책임감이 커졌다"며 "재편할 것은 재편하고 글로벌 시장 도전이나 미래 기술 혁신에 좀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영역은 반드시 철수하겠다"며 "침해가 아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도 약속했다.
그의 공언대로 최근 카카오와 산하 계열사들은 외부의 지적을 받은 주요 서비스들을 종료하거나 운영 보류 등을 결정했다.
우선 지난달 14일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 재편 등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책임 강화를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카카오 계열사 중에서도 비난 여론과 가장 크게 연결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서비스 전면 폐지,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월 9만9000원→3만9000원) 등을 결정했고,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카카오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들이 이어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전화 콜 업체 인수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8월 인수하기로 한 전화 대리업체 2곳의 인수를 철회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전화 대리업체 1위 사업자 '1577대리운전'을 인수한 이후 추가 인수를 타진 중이었으나 업계 반발이 이어지자 사업 확장을 포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파트너들과 공생해야 하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카카오택시는 아직 완성된 형태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다 발생한 잡음이라는 설명이다.
소상공인 사이에서 고율의 수수료 논란을 불러왔던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도 사업 뱡향 조정을 두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서비스의 실질적 운영 주체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일부 지분을 소유한 와이어트인 까닭에 즉각적인 경영 방침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골프존에 이어 2위 사업자로 빠르게 성장한 스크린골프 사업 역시 논의 대상에는 올랐으나 1200여곳에 달하는 가맹점주와의 관계를 우선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거취를 쉽게 정할 수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골목상권 논란 사업 등에 대해 계열사 정시 및 철수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후 이에 해당하는 사업들에 대해 내부 논의 중에 있는 단계"라며 "앞으로 골목상권 논란이 있는 사업에 더 이상 추가 진출하지 않고 중소사업자·파트너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급격한 계열사 수 확장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16년 45개에서 2020년 말 기준 118개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40개 더 늘어난 158개를 기록했다.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받는 배경이다.
이를 의식한 듯 계열사 수가 크게 늘었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선제 행동에 나섰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17일 산하 레이블인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와 크래커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멀티 레이블 체제 고도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상생안이 발표된 직후 이뤄진 조치임을 감안, 외부 시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했다.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세나테크놀로지 인수를 미뤘다. 당초 8월11일로 예정됐던 취득일이 9월24일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11월12일로 또 한 번 늦춰졌다. 사유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탓으로 알려졌는데, 모기업인 카카오의 무한 확장이 논란이 되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뒤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카카오게임즈는 세나테크놀로지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952억원에 지분 54.5%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당초 카카오게임즈는 세나테크놀로지를 골프사업 운영 자회사 카카오VX의 스포츠·헬스케어 서비스와 연계, '일상의 게임화'라는 모토의 다양한 게이미피케이션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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