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3일 남겨 놓고, 후보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낙연 후보 측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재명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면서다. 이낙연 캠프 좌장인 설훈 의원이 '이재명 구속'까지 언급하자, 사실상의 불복 선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설 의원은 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가 지금 배임 이유로 구속돼 있는데, 그 위에 있는 (이재명) 시장이 설계했다고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했다"며 "시장이 배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 있는 사안인데,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파인 설 의원은 이낙연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선대위원장이 상대 후보를 향해 '구속'까지 언급한 건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공세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그간 이낙연 후보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를 통한 대장동 의혹 수사를 주장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압박했다. 설 의원은 6일 대장동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라고 칭한 데 이어 이튿날엔 '배임'과 '구속'이라는 단어까지 꺼냈다. 설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은 자폭하는 게 훨씬 더 빠른 길", "원팀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는 건 담보하기 쉽지 않다" 등 강경 발언도 쏟아냈다.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지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이낙연 후보 측의 강경 태도는 오는 9일(경기)과 10일(서울 및 3차 슈퍼위크) 경선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리겠다는 전략이자, 최악의 경우 후보 교체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는 홍준표·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누구와 붙어도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가 홍 후보(47.2%)일 경우 이 후보는 39.8%, 상대가 윤 후보(45.9%)일 경우 이 후보는 38.4%의 지지를 얻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본선 경쟁력 약화를 빌미로 공세를 강화하는 근거로도 활용 가능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이낙연 후보 쪽에서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오는 10일 민주당이 당의 공식 대선후보를 확정한 뒤에도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감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지지층을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 제의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른바 '불복의 승복'이다. 앞서 2007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그랬고,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이 그랬다. 신 교수는 "그해 민주당 경선에서도 정동영 후보가 대선후보로 뽑혔지만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정 후보를 적극 돕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후보의 행보는 민주당 일부 지지층의 선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지지층 중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지지자 또는 강성 친문을 약 30%로 추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대장동 의혹에 관해 거듭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갖가지 해석이 붙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처음으로 '엄중'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틀 만인 7일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이재명 캠프는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낙연 후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데, 상황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설 의원 등의 의견엔 유감스럽다"며 "이재명 후보의 억울함보다, 작정하고 달려드는 쪽의 말을 더 듣는 게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공세에 적극 반박하면서 맞상대를 하고 싶으나 본선을 생각하면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종로구 한 코인노래방에서 코로나19 위기 업종 자영업자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뉴스토마토>와 <미디어토마토> 조사는 ASR(RDD) 무선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04명이고, 응답률은 2.3%다. 지난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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