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조에'가 지난달 49대 팔리는데 그치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신차 출시 등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르노삼성의 전동화 전환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조에의 지난달 판매량은 49대로 전월 대비 51% 줄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685대에 그쳤다. 르노삼성 전체 판매량의 1.6%에 불과하다.
조에는 르노가 2012년 출시한 전기차로 두 차례 세대 변경을 거쳤다. 현재 르노가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유일한 3세대 모델이다. 조에는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10만657대(점유율 13.3%)가 팔려 유럽 전기차 최다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는 르노삼성이 지난해 8월 출시했다. 같은 해 말 전기차 'SM3 Z.E.'를 단종하면서 조에가 주력 모델로 떠올랐다. 르노삼성은 조에가 출퇴근 용도와 세컨드 카로 실용성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특히 르노에서 수입하고 가격도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지난해 192대에 팔리는데 그쳐 누적 판매량은 877대에 불과했다.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는 짧은 주행거리가 꼽힌다. 3세대 조에는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09㎞다.
기아(000270)의 니로EV와 한국지엠의 볼트EV 주행거리가 40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00㎞ 가까이 차이가 난다.
르노삼성 전기차 '조에'. 사진/르노삼성
또 조에는 해치백 스타일의 소형전기차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 특성상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적어도 주행거리가 400㎞는 나와야 하는데 조에는 그렇지 못하다"며 "조에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성이 낮아 아무리 가격이 싸더라도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에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르노삼성의 전기차 경쟁력 확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이 보유한 전기차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제외하면 조에가 유일하다. 르노삼성의 친환경차 출시 계획은 내년 'XM3 하이브리드' 모델 정도다. 르노가 내년 상반기 신형 순수 전기차 '메간 E-테크'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국내에 들어오지는 미지수다.
이 연구위원은 "르노그룹이 전기차를 국내에서 조립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르노삼성 매출이 그룹에서 9위에 불과해 한국은 주요시장이 아니다"며 "결국 미래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고 유럽의 전기차 규제가 대폭 강화돼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르노그룹은 지난 8월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인 지리차와 친환경 차를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지리차·볼보 합작사인 링크앤코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할 친환경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개발하는 신차는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조에는 프랑스에서 수입하고 트위지는 동신모텍이 생산한다. 전기차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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