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망 차질 등으로 우리 경제의 향후 회복 속도 둔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산업활동동향 주요 지표인 전(全)산업 생산, 소비, 투자가 3개월 만에 모두 감소한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키웠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과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쳐 이달 물가가 3%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대면 서비스업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공급망 차질 등으로 회복 속도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그린북을 통해 지난 7월부터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8~9월 '내수 불확실성 지속'을 언급한 바 있다. 이달 명시된 '회복 속도 둔화'는 앞선 경고보다 수위가 한 단계 더 높다.
8월 산업활동동향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전산업 생산, 소비, 투자가 3개월 만에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0.7%, 서비스업 생산은 0.6% 줄면서 전산업 생산이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설비 투자는 5.1% 감소했고, 소매판매도 0.8% 줄었다.
한은은 9월 소매판매의 경우 백화점 매출액 증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승용차 판매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9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월보다 21.9% 늘며 지난 4월(26.8%) 이후 5개월 만에 최대로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액은 16.8% 늘었다. 반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33.3% 줄면서 7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3.8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0으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물가 변동성도 커지는 추세다. 9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하며 전월(2.6%)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석유류의 경우 휘발유 등 가격은 소폭 하락했지만, LPG 가격 상승 등으로 9월 22%를 기록하며 전월(21.6%)보다 오름폭이 소폭 커졌다.
한은은 9월 국제유가가 허리케인 피해에 따른 미국 생산 차질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이는 곧 국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9월 국제곡물 가격은 수확 전망 상향 등으로 하락하고, 비철금속가격은 공급감소 우려 등으로 대부분 상승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 등으로 낮았던 물가가 올해 물가 상승 요인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국제유가, 환율 등을 보면 상방 압력이 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풍 등 날씨 영향이 없고 수확기가 도래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작년 기저효과 및 환율, 국제유가 등을 고려하면 3%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3% 이내로 낮출 수 있도록 하향세를 보이는 농축수산물 등에 대한 수급 관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 취업자 수 증가세도 지속됐다. 9월 취업자는 전년보다 67만1000명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15~64세 고용률은 67.2%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올랐다.
같은 달 국내 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전망 등으로 주가는 하락했으며 국고채 금리와 환율도 상승했다.
8월 중 주택시장 매매가격 상승률은 0.96%로 전월(0.85%)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세가격 역시 0.63% 뛰면서 전월(0.59%)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충격 최소화 및 경기회복세 유지를 위해 마련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선제적 물가 관리, 단계적 일상회복을 통한 민생회복 등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대면 서비스업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이달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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