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최근 미 정부의 반도체 기업 정보제공 요청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기획재정부는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에서 옐런 장관과 양자면담을 가졌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면담은 같은 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참석 직후 이뤄졌다.
두 사람은 이번 면담에서 기후변화 대응, 팬데믹 대응, 저소득국 지원, 디지털세, 글로벌 공급망 및 대이란 정책 등 G20 현안 및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공유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최근 미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보 제공을 요구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를 포함해 인텔과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을 포함한 공급망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정보 자체가 기업들의 영업 비밀일 수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홍 부총리는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구축된 양국 간 글로벌 공급망 협력 채널 등을 통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또 이달 8일 발표된 디지털세(Digital Tax) 초안과 관련해서는 "매출 귀속 기준과 세이프 하버 등 남은 쟁점과 관련해 양국 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옐런 장관은 "향후 후속 조치를 위한 실무자 논의 때 긴밀히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 대응과 관련해서는 양국의 보건·재무장관이 연계해 새로운 보건 거버넌스(의사 결정 체계)를 마련하고, 개발도상국의 방역 시스템을 개선할 신규 펀드가 조속히 조성되도록 양국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추진' 등 한국 정부의 추진 계획을 소개하고,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으로서 개발도상국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알렸다.
옐런 장관은 "기후 변화 대응에 신흥국 참여가 몹시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과 GCF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양국은 저소득국빈곤감축기금(PRGT) 규모를 확대하고 IMF 내 신설을 논의 중인 회복·지속가능성기금(RST)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한국 내 이란 원화 자금 문제 해결에도 힘쓰기로 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해 IMF에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저소득국 지원과 각국 여건에 맞는 IMF 정책 권고, 회원국의 그린·디지털 경제 구조 전환의 지원 등 3가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번 연차총회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점에서 개최돼 세계경제 영향과 정책대응 방향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며 "PRGT에 대출 재원 6억4000만달러(약 7571억원)에 해당하는 4억5000만SDR(IMF가 사용하는 가상 통화)을 공여하고 RST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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