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일시적 물가' 주창한 경제팀…10월 3%대 가능성↑
국제 원유 고공행진·환율 상승도 물가 악재
일부 품목이던 농축수산물도 전방위 확대
정부, 7월 말까지 '일시적'이라는 판단만
"이제라도 유동성 회수·물가 안정 노력해야"
2021-10-17 17:30:00 2021-10-17 17:3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이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이 3%로 전망되면서 올해 물가관리 목표인 ‘2%’ 사수가 어려울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특히 국제 원유,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이어 환율까지 요동치면서 홍남기 경제팀의 물가 통제 능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년 넘게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해온 정부로서도 한계가 불가피한 만큼, 올해 막바지 물가 안정을 위한 ‘묘수 찾기’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7일 정부와 경제전문가 등에 따르면 11월 초 통계청이 발표할 예정인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놓고 3%대 진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5% 오른 108.83로, 반년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물가가 105.61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물가지수는 지난달과 동일한 수준만 유지해도 3.0%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진입할 경우 2012년 2월(3.0%) 이후 9년8개월만에 오름세다.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된 것은 물가 하방요인이나 소비심리 반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 국제유가 상승, 우유 원료 상승, 전기료 인상, 통신비 지원 효과 소멸 등 상방요인이 더 많다. 
 
정부도 3%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 브리핑을 통해 "작년 기저효과 및 환율, 국제유가 등을 고려하면 3%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달걀, 곡물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됐던 물가 상승과 달리 전방위적 확산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온 유가가 최근들어 사상 최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2.99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82.28달러, 브랜트유는 84.86달러에 거래됐다. 유가는 단순히 석유류 가격을 넘어 다양한 상품의 가격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원재료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 근접하게 올라간 점도 국내 물가 불안요소다. 통상 환율이 수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수입에 악영향을 미친다.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 특성상 원유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물가 상승은 식료품 상승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인 2%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등 가용한 대책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나 홍남기 경제팀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연초부터 있었음에도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비판이 나온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4월부터 7월말까지 물가 인상이 '일시적'이라는 판단을 지속해왔다.
 
5월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올해 2분기는 공급측 요인에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도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농축수산물, 석유류 등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물가가 상승한 것은 4월과 동일하다"고 게재했다. 7월 말에도 이억원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높고 향후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일축해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부터 부동산·임금 등 물가 불안요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과소평가한 경향이 있었다"며 "올해 남은 기간에는 정부가 기업에 협조를 구하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태윤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4%대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상승률이 많이 빠졌던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2%에 그칠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상당히 있어 유동성 회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정부와 경제전문가 등에 따르면 11월 초 통계청이 발표할 예정인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놓고 3%대 진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사진은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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