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달 고신용자에 취급된 카드사 비회원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카드론보다 낮았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로 자금 충당이 어려운 차주들의 비회원 대출 이용이 늘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비회원 대출을 취급한 카드사 5곳(신한·삼성·국민·롯데·우리카드) 중 3곳에서 고신용자(표준등급 1~2등급)의 비회원 대출 금리가 카드론보다 더 낮았다. 표준등급은 카드사별 상이한 내부 신용등급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해 부도율을 기초로 산정됐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부도율이 낮다.
삼성카드에선 고신용자의 비회원 대출 평균금리가 6.70%를 기록했다. 카드론 평균금리보다 3.16%p 낮았다. 대출을 이용한 차주들의 CB(신용평가)점수를 봐도 비회원 대출을 이용한 고객들이 더 우량했다. 삼성카드의 비회원 대출을 이용한 차주들의 평균 CB점수는 918점이었지만 카드론 이용 차주는 849점에 그쳤다.
롯데카드도 고신용자 대상 비회원 대출 평균금리는 11.05%로 카드론 평균금리 대비 2.45%p 낮은 수준이었다. 상품별 차주들의 CB점수는 비회원 대출을 이용한 고객들이 816점으로 카드론 이용 차주의 신용점수 809점보다 높았다.
신한카드 역시 고신용자의 비회원 대출 평균금리는 7.32%로 카드론보다 1.22%p 낮았다. CB점수를 비교해도 비회원 대출 이용자의 평균 점수는 846점으로 카드론 이용자가 844점인 것보다 소폭 높았다.
통상 카드사에선 회원에게 더 많은 우대 혜택을 제공해 대출 금리를 더 낮게 책정한다. 그러나 최근 다수 카드사에서 비회원 대출 금리가 더 낮게 책정된 것은 대출 규제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에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자금줄이 막힌 고신용 차주들이 회원 가입 없이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비회원 대출로 몰린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비회원 대출은 카드론과 달리 우대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최근 비회원 대출 금리가 낮은 건 우량 고객이 늘어난 게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고신용자 차주가 늘어난 것에 대해 일단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 이용 고객층이 한정된 상황인 데다, 상대적으로 연체 부담이 낮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고신용자 이동 현상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대출 증가율 한도에 다다른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일수록 2금융을 찾는 차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하나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오는 26일 추가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내놓기로 하면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경우 2금융으로의 풍선효과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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