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결정되면서 서울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나이대를 불문하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8일 오전 9시부터 마련된 고 노 전 대통령 분향소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광장 주변에는 20여명의 경찰들이 배치됐고, 분향소 주변으로 20여명의 시청 직원들이 서 있었다. 오후 3시 기준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300명 안팎이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서울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분향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마지막날인 30일에는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28일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 사진/표진수기자
첫 조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고위 간부들이었다. 오 시장은 헌화를 한 뒤 묵념하고 '평안히 영면하소서. 서울시장 오세훈'이라고 방명록에 썼다.
이어 시민들이 속속 조문을 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조문을 하러 온 박모씨(77)는 조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다르게 민주화를 실현했고, 대통령 시절에는 국방, 외교를 물꼬를 텄다"며 "12·12사태 때 과오도 있지만, 스스로가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함께 조문을 나온 관경도 눈에 띄었다. 노 전 대통령의 평가보다는 나라를 이끌었던 대통령인 만큼 슬픔을 애도 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살고 있는 홍 모씨(45)는 "아이 체험 학습을 하려고 나왔다가, 분향소가 있어서 조문을 하러 왔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셨던 분이니까 추모를 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다.
눈시울을 붉히는 시민도 있었다.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뤄진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동대문구에서 아파트 관리직을 하고 있다는 이 모씨(73)는 "대통령을 하면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고생도 많이 했다"며 "잘하는 분도 있고 못하는 분도 있지만, 국가 대통령으로 5년동안 고생하고 편안하게 가야하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이번 국가장에대해 반대를 하는 시민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인권을 지향하는 국가인 만큼 국가장 설치에 신중했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취업 준비생 이 모씨(26)는 "우리나라가 인권을 지향하는 국가이다보니 인권 문제 때문에 국가장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과도 관련이 있고, 인권이 아무래도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전 대통령이다 보니 헌화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 반대 1인 시위를 열었다. 전 대통령이지만 내란죄가 적용되 실형까지 받은 만큼 국가장이 설치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역사의 평가를 무의로 돌리고, 국민들의 분노와 오월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 정부가 나서서 국가장으로 치를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 앞에서 권수정 정의당 서을시의원이 국가장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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