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이번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해 업계에선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수료가 추가 인하되더라도 실질적인 혜택은 영세 가맹점에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매출 30억원을 넘는 일반 가맹점이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업계 안팎에서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한 결정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일 금융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도입, 3년마다 카드 수수료를 재산정하고 있다. 2007년부터 총 13번의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졌다. 우대 수수료율 적용 범위도 2018년을 기점으로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확대했다. 전체 가맹점 중 96%인 약 278만개의 가맹점이 1.6%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올해도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면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점쳐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도입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최종적으로 수수료율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카드사들은 당국의 결정이 발표되기 전이지만 어떤 방안이든 소상공인에게 실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의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반영하면 부과되는 수수료율은 0%이기 때문이다. 전체 가맹점 중 92%는 사실상 수수료가 없는 상태인데, 추가 인하가 이뤄져도 소득이 없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면서 전체 가맹점의 96%가 원가 이하의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어 추가 인하해도 효과가 없다"며 "이미 카드사들은 2018년부터 수수료 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 가맹점에 수혜의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해선 정책 취지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선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우대 가맹점 적용 범위가 연매출 30억원 초과 업체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경우 영세 가맹점이 아닌데, 굳이 지원이 필요하냐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카드사들은 궁극적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제 수익이 감소할 경우 카드사들은 카드 상품에 투입하는 혜택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카드 수수료는 매년 감소하면서 주요 인기 카드들의 단종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해 카드 수수료 수익은 4조3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억원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단종 카드는 150여개에 달했다.
노조 측에선 이미 수년간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점포가 줄고 카드모집인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한다. 노조 측은 이번 수수료 인하 정책이 카드산업 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인하가 결정되면 대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오는 5일 총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며 "카드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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