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 관광객인 A씨는 지난해 7월 렌터카를 몰다 본인 과실로 단독 사고를 냈다. 사고 렌터카는 프런트 범퍼와 후미등 도장이 손상된 정도였다. 하지만 렌터카 업체는 정당한 이유없이 프런트 범퍼 손상에 대한 보험처리를 거부했다. 렌터카 이용자인 A씨에게 수리비 182만원, 휴차료 60만원, 면책금 50만원 등 292만원을 청구했다.
# 지난 2018년 렌터카를 이용한 B씨도 렌터카 사고로 속앓이를 해야했다. 주차를 하는 도중에 후미등 커버와 범퍼가 파손되는 사고를 낸 B씨는 범퍼 여기저기 보수 흔적이 있어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렌터카 업체는 268만원을 요구했다. 범퍼수리·도색비(70만원), 이동경비(32만원)·기사일당(30만원), 후미등 교체비(28만원), 휴차료 108만원이 합쳐진 이른바 수리비 폭탄이었다. B씨는 수 차례 항의 끝에 196만원 합의로 끝낼 수 있었다.
앞으로 소비자가 렌터카 사고를 낼 경우 실제 발생한 차량 수리비 만큼만 자기 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 음주·부상 등으로 렌터카 이용자가 운전을 못하게 되는 경우 대리운전을 이용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4일 밝혔다.
개정 약관을 보면, 차량 인도 전 점검이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점검표를 표준 약관에 별표로 추가한다. 정비불량 등에 대한 조치 내용을 고객이 요청할 경우 열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가 조치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했다.
렌터카 회사가 차량을 수리하는 경우에는 고객이 요청하면 수리 내역 증빙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차량을 수리할 때는 회사도 정비 내역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렌터카를 빌릴 때 가입한 보험(차량 손해 면책 제도)상 규정된 자기 부담금 한도를 '실제 수리비까지'로 정했다. 기존에는 고객의 귀책 사유로 인한 사고 시 경미한 차량 수리에도 실제 가입한 자기부담금 전액을 부담해 '수리비 폭탄'을 맞는 사례가 많았다.
아울러 임대차계약서상의 운전자가 주취, 신체 부상 등의 사유로 직접 운전이 불가능한 경우 대리운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임대차계약서상의 운전자를 제외한 제3자의 운전을 금지해왔다. 운전자가 음주 등으로 직접 운전하지 못해도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것이 계약상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회사가 가입한 보험회사 또는 공제조합에서 대리운전 기사에게 보험금을 구상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회사의 운전 자격 확인에 고객이 협조하지 않거나, 과거 고의로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사실, 면책금·수리비 등의 체납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때에는 회사가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자동차 결함 시정조치(리콜) 이행에 고객이 협조할 의무도 규정했다.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약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사업자단체, 국토교통부, 소비자단체 등에 통보해 표준약관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계획이다.
황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개정을 통해 사고 시 수리비 과다 청구가 방지되고, 주취·부상 등의 경우 대리운전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의 권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주공항에서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관광객들. 사진/뉴시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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