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용퇴…"두 아들과 두산 떠나 독립"(종합)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 사임
자녀 박서원·재원도 임원직 내려놔
"그늘에 있는 사람들 돌볼 것"
2021-11-10 14:07:57 2021-11-10 14:07:5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자녀들과 함께 두산그룹을 떠나 독립한다.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앞으로는 봉사와 사회 활동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10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사진)은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사임한다. 이로써 두산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게 됐다. 박 전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박재원 두산중공업(034020) 상무도 임원직에서 물러난다.
 
박 전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전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룹의 실무를 떠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며 "이제 이렇게 두산을 떠나는 것이니 나도 독립"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서원 부사장, 박재원 상무는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사업에 뛰어든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분야 전문가이자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은 박서원 부사장은 "관련 업계에서 다수의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두산그룹은 밝혔다.
 
박재원 상무는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본격화한다. 박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탈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등 관련 사업에 관심과 역량을 보인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으로, 19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뒤 두산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사장), 두산 대표이사(사장),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건설 회장을 역임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형제가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는 두산그룹의 전통에 따라, 2012년 형인 박용현 중앙대학교 이사장의 뒤를 이어 9대 회장에 취임했다. 2016년 3월까지 회장으로 일했으며 장조카인 박정원에 10대 회장직을 넘겼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9일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전 회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일하며 그룹의 체질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OB맥주로 대표되는 식음료 기업이었으나 박 전 회장 취임 후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중공업 위주로 주력 사업을 바꿨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맡은 대한상의 회장직을 통해서도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재계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아울러 방송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활발한 소통으로 친근한 기업 총수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한편 박 전 회장의 용퇴로 두산그룹은 4세 경영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한 두산은 수소연료전지와 해상풍력 사업을 키워 미래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