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0톤 이상 '화물차' 통행금지 표시, '덤프트럭'도 당연 포함"
2021-11-14 09:00:00 2021-11-14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도로상 알림판에 10톤 이상 '화물차량' 통행 제한이라고 명시했다면 같은 중량 이상의 건설기계인 '덤프트럭' 통행도 당연히 제한하고 있음을 공고했다 봐야 하기 때문에 이를 어기고 덤프트럭을 운행했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덤프트럭 기사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에 되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9년 9월9일 올림픽대로의 강일IC에서부터 공항 방향 광나루 한강안내센터까지 건설기계인 25.5톤 덤프트럭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올림픽대로의 강일IC 초입에 설치된 통행 제한 알림판에는 '10톤 이상 화물차량 통행 제한'으로 기재돼 있었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도로교통법에 의한 통행 제한을 위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도로 알림판에는 '화물차량'에 대한 통행 제한만 명시돼 있었고, '건설기계'는 제한 대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당시 알림판에 기재된 '화물차량'이란 용어가 화물자동차뿐 아니라 건설기계와 특수자동차까지 포함하는지 도로교통법상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일반인이나 건설기계 운전자로서는 화물차량은 화물자동차의 단축어로 이해돼 도로교통법상 건설기계와는 구분되는 별개의 범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로의 통행 제한 위반 시 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통행 제한 내용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하고, 수범자에 대한 공고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 사건 도로에 건설기계에 대한 통행 제한은 알림판에 의해 공고됐다고 볼 수 없고, 도로에 통행 제한 알림판이 설치돼 있었으므로 고시 등 다른 수단에 의한 공고가 알림판을 대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2심도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지 않고 다른 개념과 혼동될 수 있는 '화물차량'이란 용어를 임의로 도로 알림판에 사용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의무와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규범에 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관련 법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0톤 이상 화물차량 통행 제한'이라고 표시한 알림판은 도로 구간의 통행 제한 내용을 정한 고시 2조에서 정한 '10톤 이상 화물자동차, 건설기계, 특수자동차 통행 제한'의 내용을 충분히 공고했다고 봐야 하고, 일반인의 관점에서 트럭과 같은 건설기계가 '화물차량'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따라서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트럭을 운전한 피고인은 구 도로교통법 6조 1항을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량'의 사전적 의미는 '도로나 선로 위를 달리는 모든 차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며 "트럭이 건설기계관리법 2조 1항 1호와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 2조에 따라 건설기계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관점에서 구 도로교통법상 '차'와 '자동차'에 해당해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볼 합리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로망의 계획 수립, 도로 노선의 지정, 도로 공사의 시행과 도로의 관리·보전과 비용 부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도로법은 48조 1항 1호에서 '차량'을 '자동차관리법 2조 1호에 따른 자동차와 건설기계관리법 2조 1항 1호에 따른 건설기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도 '화물차량'에는 이 사건 트럭과 같이 도로를 통행하는 건설기계가 포함된다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봐야 하고,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운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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