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글로벌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수익 개선에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여전해 정상 가동을 통한 출고 지연 해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7일 현대차와 기아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전체 공장 가동률은 92.2%로 전년 동기 대비 12.6%p 상승했다.
생산능력은 275만400대로 이중 253만5642대의 생산실적을 보였다.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국내 공장 가동률은 94.6%로 1.7%p 올랐고 인도공장(HMI)의 경우 94.2%로 31.6%p나 상승했다. 러시아공장은 121.1%로 전체 공장 중 가장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외 북미공장(76.0%), 터키공장(85.5%), 체코공장(84.3%), 브라질공장(86.9%) 모두 큰 폭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기아 역시 올해 3분기 전체 공장 가동률이 81.8%로 전년 동기 대비 10.3%p 올랐다. 국내 공장(90.1%)은 90%대를 회복했고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인도공장(65.3%)은 23.7%p나 상승했다. 미국공장(71.8%), 슬로바키아공장(89.9%), 멕시코공장(64.5%) 등 모두 10%p 이상 가동률이 올랐다.
현대차 직원들이 아산공장에서 쏘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공장에서도 확진자 발생으로 생산 중단 장기화와 공장 라인별 휴업이 불가피했다. 현대차 미국공장은 지난해 상반기 가동률이 50%대 로 떨어지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생산 설비도 빠르게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현대차·기아의 공장 가동률은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포드 등의 올해 3분기 누적 생산 실적은 2019년 동기 대비 30% 전후의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2019년 대비 14%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해 토요타·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생산량 3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생산 회복세에도 공장 정상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올 초부터 지속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변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완벽하게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올해 보다는 내년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도 반도체 수급 문제가 내년 초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전동화 추세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올해 1325억개에서 2027년 2083억개로 연평균 8% 수준으로 증가하고 매출은 497억달러에서 892억달러로 연평균 10.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전기차 출고 지연도 여전하다. 현재 계약을 할 경우 옵션에 따라 현대차 아이오닉 5는 8개월, 제네시스 GV60와 기아 EV6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아이오닉 5의 경우 올해 상반기 4만대 넘게 계약됐지만 출고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5000여 대 수준이다. EV6 역시 대기 수요만 2만대가 넘는다.
카메라 렌즈, 엔진컨트롤유닛(ECU), LCD 패널 등 모두 반도체가 포함되는 부품이어서 반도체 없이 차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 기아는 일부 사양을 제외하는 대신 가격을 인하하고 대기 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판매 목표치를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췄다. 수요는 넘치는데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5, 제네시스 등 고수익 모델 위주로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아 역시 쏘렌토, 카니발 등 레저용차량(RV) 모델과 스포티지, EV6 등 신차 판매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