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지만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선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빈손 회동으로 끝마치면서 정부와 업계 갈등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 위원장은 17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사 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여전업권의 발전을 위한 논의를 가졌다. 이날 당국은 카드사 및 캐피탈 등이 건의해온 숙원 사업을 해소하는데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국은 우선 카드사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 도입되는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을 허용하고 겸영·부수 업무를 확대해 주기로 했다. 또 캐피탈사에 대해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의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여전산업의 혁신은 국민들이 곧바로 체감한다"며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시장 참가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금융 산업 발전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최대 화두로 떠오른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달 말 수수료율 개편안을 발표하는 시기가 도래한 가운데 업계와 정부 간 견해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카드사으로부터 청취한 의견을 고려해 수수료율을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카드 수수료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업법 개정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결정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에 포함되는 일반관리비, 마케팅비, 자금조달비, 위험관리비 등의 비용을 고려해 요율을 최종 결정한다.
카드업계는 올해 당국이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13번의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지면서 수익 악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대 수수료율이 연매출 30억원 가맹점으로 확대되면서 타격이 컸다. 그 결과 2018년부터 카드 수수료 부문 순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당국 측에서는 카드사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비용 절감 효과로 실적이 개선된 만큼 수수료 인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실제 7개 전업 카드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1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번 회동에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갈등은 한층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카드사 노조 측에서는 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될 경우 총파업에 돌입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카드사 노조 측 역시 이날 오전 10시 금융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요구했지만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의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인 만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3년마다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법이 정한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금융 전문가 및 여신전문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어 여신전문금융업의 미래와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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