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KT가 예상보다 더 이른 시기에 디즈니플러스와의 인터넷TV(IPTV) 제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PTV 소프트웨어 기업 알티미디어 인수로 디즈니플러스가 요구하는 수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셋톱박스 비중을 한층 더 빨리 맞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T는 3일 디지털 방송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사 '알티미디어'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KT 그룹사로 편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약 112억원에 알티미디어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힌 지 약 8개월 만이다.
알티미디어는 국내외 IPTV 및 케이블TV 사업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방송 미들웨어·보안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KT와는 IPTV 사업 초기부터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알티미디어는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과 네덜란드에 거점을 두고 베트남의 비에텔이나 터키의 투르쿠텔레콤 등 해외 방송·통신사와 사업을 진행했다.
KT는 알티미디어를 그룹 내 미디어 계열사로 편입 완료함에 따라 알티미디어가 보유한 미디어 핵심 역량 및 기술을 내재화하고 그룹 미디어 플랫폼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알티미디어의 글로벌 거점과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KT 미디어 사업의 글로벌 확장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KT가 5G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와 연계한 ‘디즈니+ 초이스’ 요금제. 사진/KT
이번 알티미디어 인수로 KT와 디즈니플러스의 제휴 또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알티미디어의 기술로 KT가 자사 셋톱박스를 안드로이드 OS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IPTV 제휴 조건으로 일정 비중 이상의 안드로이드 OS 셋톱박스를 요구했는데, KT는 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KT는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한 모바일 상품만을 보유 중이다.
KT 관계자는 "알티미디어는 KT 셋톱박스 전 영역(미들웨어·서비스·보안)에 걸쳐 기여하고 있으며 미디어 디바이스에 안드로이드를 빠르게 확대 적용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 OS 셋톱박스를 이용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구글 플레이의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만으로 신규 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의 안드로이드 OS 셋톱박스 비율은 30% 수준이다. 반면, 경쟁사인 LG유플러스는 95%의 안드로이드 OS 셋톱 비율은 95%에 달한다. LG유플러스가 단독으로 디즈니플러스 IPTV 제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높은 안드로이드 OS 셋톱박스 비중 덕이다.
KT 고객이 IPTV로 디즈니플러스를 즐기려면, 별도로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한 다음 개방형 셋톱박스인 '기가지니A'로 앱을 다운받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는 개방형 OS에서의 자사 앱 사용을 언제든지 막을 수 있다. 현재 '티빙'이 개방형 OS 사용을 막은 상태다.
KT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안드로이드 셋톱박스 비율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멀쩡한 셋톱박스를 한 번에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 구현모 KT 대표도 연내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 가능성에 대해 "셋톱박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아닌 하드웨어 교체가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KT가 최근 자사 셋톱박스를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기가지니A'로 무료 교체하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여기에 알티미디어의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한층 더 빠르게 셋톱박스를 전환해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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