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권오수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4명을 불구속 기소, 5명을 구약식 처분했다. 권 회장의 주가 조작 혐의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권 회장은 앞서 구속기소된 이모씨 등 11명과 공모해 지난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 속칭 '주가 조작 선수', '부띠끄' 투자 자문사, 전직 증권사 임직원(범행 당시 현직) 등과 함께 91명 157개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권 회장의 부당 이득의 규모는 약 8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가장·통정 매매, 고가 매수, 허위 매수 등 이상 매매 주문 7804회 제출, 1661만주(654억원 상당) 매집을 통한 인위적 대량 매수세 형성, 주식 수급, 매도 통제, 주가 하락 시 주가 방어 등의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 3명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 회장 등의 주가 조작 행위를 알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주가 조작을 돕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방조 혐의를 받는다.
"주요 시세 조종 수법 동원된 '종합판'"
검찰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8년 말 도이치모터스가 우회 상장한 이후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주가 부양 요구를 받자 2009년 11월 주가 조작 선수인 이씨에게 주식 수급을 의뢰했다. 이씨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다른 주가 조작 선수를 기용하거나, 권 회장으로부터 소개받은 투자자들의 주식을 바탕으로 주가 조작을 실행했다. 당시 기존 주식 보유자들의 차익 실현으로 주가는 보합 상승했다.
이후 이씨는 2010년 7월부터 8월까지 증권사 임원인 B씨에게 주식 수급을 의뢰했고, 권 회장은 그해 9월 기존 투자자들의 대량 이탈로 주가 부양이 불발되자 소위 주가 조작 '주포'를 이씨에서 B씨로 교체했다.
B씨는 2010년 8월부터 2011년 4월까지 도이치모터스에 우호적인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만든 후 증권사 동료 직원인 C씨, 부띠끄 투자자문사 운영자인 D씨 등과 통정매매 등 시세 조종 주문을 제출하면서 인위적인 매수세를 형성해 주가를 2000원대 후반에서 약 8000원까지 올렸다. 또 권 회장과 B씨 등은 도이치모터스 내부 호재 정보를 유출하고, 주가가 무조건 2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등 비정상적 주식 매수 권유를 통해 지인, 고객의 대량 매수를 유도했다.
하지만 2011년 4월 이후 도이치모터스의 신규 사업과 대규모 투자 유치가 불발되자 실망한 주주들의 이탈로 주가는 8000원대에서 2012년 12월 3000원대 초반까지 장기간에 걸쳐 계속해서 하락했다. 주가 조작 공범들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2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권 회장 등의 발언에 차익 실현의 기회를 놓쳤다. 이때 A씨 등 3명은 인위적인 주식 매집, 기존 주식 매수자들의 매도 방지 등을 통해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상장사 대주주가 속칭 '선수'에게 시세 조종을 의뢰해 △주가 조작 선수에 의한 주식 수급 △증권사 직원, 속칭 '부띠끄' 투자자문사 운영자가 결탁해 인위적 매집세 형성을 통한 주가 부양 △주가 하락 시 주가 방어 △매도 물량 통제 등 주요 시세 조종 수법이 동원된 시세 조종 '종합판'"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기간 인위적인 매집세 형성을 통한 주가 부양 또는 주가 하락 저지 방식의 시세 조종이므로 단타 매매 방식의 시세 조종과 달리 △지속적인 매집을 유도하기 위한 다수의 참여자 △참여자를 유인하기 위한 호재 정보 생성 △매집세 형성을 위한 대규모 자본 소요 △집중적인 이상 매매 주문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반복적 이상 매매 주문을 그 특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 만료 시점 내년 12월 판단
이번 주가 조작의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권 회장이 처음 주가 조작을 의뢰한 이씨의 범행 가담 기간은 2010년 9월까지였으나, 범행 과정에서 이씨가 B씨를 주가 부양에 끌어들이고, 권 회장이 주포를 이씨에서 B씨로 교체하는 등 순차 공모해 범행을 계속함으로써 전체 범행은 2012년 12월까지 지속하므로 공소시효는 2022년 12월쯤 만료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 수사를 고의로 장기화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주가 조작 사건은 매우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로, 장기간 계좌 추적 등으로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등 수사 난이도가 매우 높은 사건이기 때문에 실체관계 파악에 장기간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고발장 접수 이후 검찰은 한국거래소에 이상 매매 심리분석 의뢰 5회(통상 회신 기간은 회당 2개월), 압수수색 6회, 관련자 조사 136회 등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건희씨 등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이 이번 사건에 가담했는지에 대하여는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김씨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김씨는 권 회장의 주가 조작 과정에서 '전주'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김씨는 지난 2013년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이 설립될 당시 약 2억원의 주식을 액면가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김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는 윤석열 후보가 2019년 검찰총장으로 지명될 무렵 주관한 전시회에 협찬금 후원사가 늘어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는 여러 차례 코바나컨텐츠에 협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4일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관련 고발 사건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고발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 회신 결과를 반부패수사2부에 수사 사건으로 배당해 함께 수사해 왔다.
주가 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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