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우리 사회가 친환경을 점점 더 강조하면서 컬러강판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벌목하지 않고 목재를 만들고 광산에서 캐지 않고도 대리석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컬러강판 디자인은 철로 무한한 가치를 창조하는 일인 셈이죠."
이민하 포스코강판 포스아트 디자이너는 지난 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컬러강판 디자인이 점점 더 다양해지면서 산업 현장에서 기초 소재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인 이 디자이너는 컬러강판은 다른 소재보다 튼튼한 데다 어떻게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 활용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건축이나 가전 소재가 될 수도 있고 인테리어 재료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한 폭의 예술작품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재활용도 계속해서 할 수 있어 다른 어떤 소재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민하 포스코강판 컬러강판 디자이너. 사진/김지영 기자
컬러강판은 주로 어디에 쓰이나.
컬러강판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개념이지만 사실은 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석재, 목재, 시멘트에 페인트칠을 한 건물을 제외한 모든 주택, 상가, 공장 건물에 대부분 컬러강판이 쓰이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백색 가전을 비롯해 최근 인기가 높은 비스포크 냉장고, 블랙 스테인리스 냉장고 등이 컬러강판이 쓰이는 대표 제품들이다.
철은 회색이기 때문에 차가운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컬러강판은 철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어떤 색상을 도장하느냐에 따라 따스하거나, 세련되거나, 온화한 이미지도 연출할 수 있다.
컬러강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다.
기존 일반 단색 컬러강판을 생산할 때는 기업에서 디자이너를 두지는 않았다. 몇가지 색의 컬러강판을 구매해 짜집기 형태의 조합을 통해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색과 무늬를 구현할 수 있는 프린트 컬러강판이 도입되면서, 생산 전 단계부터 디자인에 대한 콘셉트를 고민해야 했고 디자이너가 필요해졌다.
디자인을 철에 도장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색이 잘 벗겨지진 않는지.
철과 도료가 잘 붙게 하기 위해 도장 전 전처리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잘 벗겨지진 않는다. 전 처리 작업으로는 기름이나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탈지작업과 부착성을 높이기 위한 화학 처리 등이 있다. 프라이머를 도장한 후 색상을 입히는 것도 색을 지속하는 방법 중 하나다. 단 강제로 칼이나 금속도구 등으로 긁으면 도료의 특성상 스크래치나 흠이 생길 수는 있다.
청년쉐어하우스 청년누리 1층 로비 벽면을 장식한 포스아트
최근 컬러강판 디자인 트렌드는 어떤가.
과거에는 단색 컬러강판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패턴과 무늬가 매우 다양해지는 추세다. 친환경 바람이 거세지면서 관련 디자인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목재 무늬 컬러강판이 나온 것도 '나무를 살려야 한다'는 기업들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린트 기술이 발달하면서 목재나 대리석 컬러강판은 실제 소재와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다. 컬러강판은 목재와 대리석과 달리 계속해서 재활용할 수도 있으니 다른 소재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따뜻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면서 세련된 아이보리·베이지 컬러를 선호하고 직물, 니트 디자인도 인기가 많다.
올해 초 컬러강판 통합 브랜드 '인피넬리'를 론칭했는데, 통합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있나.
기존 컬러강판은 건축용과 가전용으로 구분했으나, 최근에는 컬러강판이 적용된 빌트인 가전이 인테리어 소재 역할도 하는 등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포스코강판은 이에 따라 점차 컬러강판의 디자인과 기능성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색상, 디자인, 기능성, 그리고 고객과의 유기적 소통 플랫폼을 통한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로 무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가기 위해 통합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 인피넬리(INFINeLI)는 무한한(Infinite)과 아름답게, 정교하게(Finely)를 의미하는 단어를 합성한 거다.
컬러강판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조업이다 보니 한 디자인이 대량으로 생산된다.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게 파급력이 커 항상 조심스럽고 긴장한다.
하지만 동시에 소재 산업이기 때문에 결과물이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디자인한 컬러강판이 가전에 쓰일 수도, 건축용이나 인테리어용으로 쓰일 수도 있다. 때론 스피커가 되기도, 점자책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결과물을 보는 건 디자이너로서 정말 즐거운 일이다.
포항=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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