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한국 '아코디언 대부'로 꼽히는 심성락(85·심임섭)이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5세.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심성락은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께 경기 남양주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일 허리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 건강 악화로 작고했다.
고인은 193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광복 이후 귀국, 부산에서 자랐다. 부산 경남고에 입학한 뒤 한 악기상에서 일하며 아코디언을 처음으로 잡았다. 이후 부산 KBS 노래자랑대회 세션맨으로 활동했다. 육군 군예대에서 아코디언 연주자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1965년 서울에 위치한 지구레코드 사장을 만나며 상경했다. 색소폰 연주자 이봉조와 호흡을 맞춰 낸 음반 '경음악의 왕' 성공 이후 대중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심성락(瀋聲樂)'이란 예명은 '소리로 세상을 즐겁게 한다'는 의미다.
어릴 때 사고로 잘라진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한쪽 귀의 난청에도 1960~70년대 아코디언과 전자오르간 명인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네 손가락의 독특한 운지법을 만들어 감성적인 연주로 관객을 사로 잡았다.
1970년대 초반 이봉조 소개로 김종필 총리에게 전자오르간을 교습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은 연주 음반도 녹음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까지 각종 청와대 행사의 오르간 연주를 담당했다.
한국 '아코디언의 대부' 심성락. 사진/뉴시스
2010년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제 7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받았다. 2011년 올림픽공원에 국내 최초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문을 열었을 당시 그에 대한 헌정공연이 마련되기도 했다. 같은해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2016년 4월 초엔 집에 불이 나 아코디언을 잃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사반세기를 함께해 온 '수퍼 파올로 소프라니 5열식' 이탈리아 산 아코디언이었다. 당시 온라인상에선 소셜 펀딩 프로젝트가 마련되기도 했다.
패티김, 조용필, 이승철, 신승훈, 김건모 등 국내 대표 가수들과 작업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 '달콤한 인생', '효자동 이발사' OST로 관객들 심금을 울린 연주자이기도 하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그의 연주곡만 7000여곡, 음반은 1000여장에 달한다.
2019년엔 MBC TV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맨 유재석의 트로트 프로젝트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무대에 함께 하기도 했다.
건강이 악화된 최근까지도 재즈가수 윤희정,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공연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장례는 고인이 회원으로 속했던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계 후배들이 주축이 돼 연주인장(葬)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기타리스트 윤영인, 장례위원은 기타리스트 이유신·악단의 총무를 맡았던 송순기 전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장·색소포니스트 김원용·한국음저작권협회 김지환 부회장,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맡는다.
조문은 7일 오전 11시부터 8일 밤 12시까지 가능하다. 빈소 백련장장례식장 2호실, 발인 9일 오전 6시, 장지 경기 이천시 한국SGI 평화공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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