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수입 친환경차 모델이 다양해지고 내연기관차 이상으로 성능이 좋아지면서 고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두 차량 모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우디 e-트론 GT(왼쪽)와 RS e-트론 GT. 사진/아우디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및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1억원 이상 수입 전기차 판매량(테슬라 제외)은 23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1% 급증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1304대)를 넘어섰다.
포르쉐가 1243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이어 아우디(1044대), BMW(58대), 메르세데스-벤츠(27대), 재규어(22대) 순이었다. 테슬라 '모델S'와 '모델X'는 올해 10월까지 각각 18대, 21대 팔리는데 그쳤다.
포르쉐는 지난해 11월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S'를 출시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타이칸 4S 가격은 1억4560만원부터다. 포르쉐는 지난 10월 포르쉐는 두 번째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국내 고가 전기차 시장 1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우디는 지난해 7월 첫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e-트론 55 콰트로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고가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우디는 이날부터 'e-트론 GT 콰트로'와 고성능 모델인 'RS e-트론 GT'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1억4332만원부터다.
지난해 대비 고가 전기차 국내 판매량이 급감한 벤츠는 지난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세단 모델 '더 뉴 EQS'를 출시하며 반전의 기회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BMW도 최근 고성능 순수전기 모델 'iX'와 X3 기반 순수전기 SAV '뉴 iX3'를 선보이며 반등에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 전기차는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탓에 주행거리와 경제성에 초점을 둔 중형급 이하 모델이 시장 확대를 주도해 왔다. 특히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9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6000만원이 넘는 차량은 50%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이 1억원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고급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소득양극화가 심화돼 고소득자들의 친환경차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물량을 대거 늘리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다"며 "고소득자들에겐 전기차 구매가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MW PHEV. 사진/BMW코리아
올해부터 보조금이 폐지된 PHEV 판매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11월 수입 PHEV 판매량은 1만866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1.7%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PHEV에 5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올해 전기차 확대를 위해 없앴다. 이에 PHEV는 수입차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PHEV는 전기차처럼 플러그를 꽂아 외부 충전이 가능한 모델이다. 충전과 주유를 병행할 있어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기에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대안으로 꼽힌다. PHEV 시장에서는 BMW가 올해 8500대를 팔아 1위에 올랐다. 이어 벤츠(7209대), 볼보(1799대) 순이다.
한편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 상한액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2년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앞으로 전기차 1대당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보조금 지급 대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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