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룬 20대 남성이 구속됐지만 피의자의 신병확보에대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 전 피의자의 신병확보를 하지 않은 이유를 거듭 해명하고 나섰다.
13일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가 임의동행에 임했고 휴대전화 임의제출에도 응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주거지나 전화번호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체포 영장을 받기 위한 긴급성이 없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경찰은 '딸이 감금됐다'는 A씨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B씨의 대구 거주지로 출동해 A씨와 B씨를 발견했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으나, 경찰은 A씨와 B씨의 진술이 상반된 점 등을 이유로 B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로 귀가한 A씨는 경찰에 요청해 7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됐으며,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지만 범행은 막지 못했다. B씨가 지난 10일 A씨 집에 찾아가 휘두른 흉기에 A씨의 어머니가 숨졌고, 13살 남동생은 출혈이 심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에 대해 "긴급체포를 잘못하면 직권 남용 등 사례가 많다. 긴급성, 상당성, 중대성 등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퍼즐을 맞춰보니 이런 상황도 있었고 정황도 있었다"며 "그때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 당시 대구에서 판단하고 파악했던 것으로는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 요건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게 경찰의 기본 사명인데,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국민께 걱정과 불안을 드린 점에 대해 항상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신변보호 제도와 관련해 예산과 인력, 법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 청장은 "신변보호 대상자 선정 위험성 체크리스트 문안도 바꾸고 개선 방향도 마련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찰도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스토킹처벌법도 마찬가지고 현행 법제로는 경찰이 가해자를 사건 발생 초기에 조치할 수단이 정말 제한돼있다"며 "이번처럼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접근금지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는 폭증하는데 똑같은 인력과 조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법제도와 인력, 예산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검토되고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어머니와 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20 남성 이모 씨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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