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불 붙은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준은 테이퍼링(자산매입 감축) 속도를 2배 수준으로 높이고 내년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15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내년 3차례, 내후년 2차례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준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돼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테이퍼링 속도를 현재의 2배로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테이퍼링은 당초 예정보다 빠른 3월께 종료될 전망이다.
그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파월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돌변한 것은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래 최고를 기록한데 이어 생산자 물가지수(PPI)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4일 11월 PPI가 전년 동기 대비 9.6% 뛰어 2010년 11월 통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특히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사용해온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연준은 내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훨씬 상회하는 2.6%로 추산했다. 지난 9월 예상한 2.2%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그러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경제 요건은 충족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브리핑에서 “경제 발전과 전망에 대한 변화가 이 같은 통화 정책의 진화를 뒷받침했다”면서 “경제는 빠르게 완전 고용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낙관했는데, 내년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4.0%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 예상했던 3.8%보다 높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연준 내부에서 3회로 기울어 있다. FOMC 위원 18명 중 내년 3회 인상(0.75%~1.00%)을 예상한 위원은 10명이다. 앞서 지난 9월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대 50으로 제시했던 것과 비교된다.
연준이 이날 공격적인 긴축을 시사했지만,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다.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데다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83.25포인트(1.08%) 오른 3만5927.43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75.76포인트(1.63%) 오른 4709.85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27.94포인트(2.15%) 오른 1만5565.58로 장을 마쳤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짐 캐론 최고전략가는 “연준의 발표가 훨씬 더 공격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안도의 한숨과 같은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시장에서 제거됐고, 이젠 수익과 마진, 성장에 집중하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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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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