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TV토론에)자신없냐 그러는데 제가 여러군데 나가서 얘기한 것도 16번 했습니다. 저랑 토론하려면 대장동 특검을 받고 관련 여러 의혹에 진솔하게 설명하고."
“국민의힘 경선 때 (토론을)16번 했지만, 그 토론 뭐 누가 많이 보셨나요?”
“토론을 하면 싸움밖에 안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거듭된 토론 제안에 대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답변이다. 윤 후보가 계속해서 토론회를 회피한다는 민주당의 지적이 이어지자 작심한 듯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괴롭혔던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 수용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27일 오후에는 직접 대장동 현장을 찾았고, 이곳에서도 '선특검 후토론'을 고수했다. 부인 김건희씨에게 쏟아졌던 허위경력 논란의 시선을 분산함과 동시에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재부상시키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자연스레 이 과정에서 토론은 특검에 갇혔다.
윤 후보 말대로 그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16번의 TV토론에 참석하며 국가 비전과 지역별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홍준표, 유승민 당시 후보들과 난타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치신인으로 토론회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방어에만 급급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토론에 익숙한 정치 프로들과 대적하기에는 분명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그의 해석과는 다르게 TV토론이 당 경선의 흥행에 일조했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후보별 각종 의혹에 대해 검증과 해명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국민과 당원은 '윤석열'을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했다는 점이다.
윤 후보가 문제시하는 대장동 의혹의 경우에도, 토론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이 후보를 검증하면 될 일이다. 그가 우려했던 시청률은 그의 걱정 대상이 될 수도, 될 필요도 없다. 국민은 난타전을 즐기기보다 그 과정을 대하는 후보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길 원한다. 또 장기화된 코로나로 지친 상황에서 작지만 분명한 희망 하나를 건지길 바란다. 때문에 토론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다. 법으로 보장된 3번의 TV토론은 이 같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윤 후보의 대승적 판단을 기대한다. 더 이상 토론에 대한 무지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치부 김동현 기자(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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