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진영 간의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진영간 논쟁적 사안인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 또한 국민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는 28일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국민을 대표하고 모든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까 그때부터 가장 통합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맞다”며 “피아를 가리지 않는 통합정치 또 실용내각 이런 것들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보수 진영의 인사를 영입해 통합정치를 구현하려 했지만 실패한 점을 예시하며 '진영논리'에 매몰되면 국가 발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메시지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화합,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구 민주계 탈당인사들의 복당 등 진영 표심을 결집할 토대를 마련한 직후라 다음 단계인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노린 통합 행보로 해석된다. 최근 지지율이 거세게 오르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추월하는 등 흐름에 대한 자신감도 한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스토마토>가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5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는 40.1%의 지지를 얻어 조사 이래 처음으로 지지율 40%를 돌파했다. 경쟁자인 윤석열 후보는 33.9%로, 격차는 6.2%포인트로 벌어졌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8일 CCMM빌딩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델리민주 캡쳐
자신감을 얻은 이 후보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다만 보수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통합을 하는 데 있어서 가끔식은 '봉합'과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적당히 묻어두고 막 봐주고 없는 것으로 치고 넘어가자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사면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통합을 저해하는 것일 수 있다"며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사면은 통합에 역행한다고도 했다. 이 또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여전히 부정적인 중도층 표심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개헌 역시 국민통합을 전제로 한 추진을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로 전면 개헌을 추진할 시기를 놓친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개헌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있었다"며 "촛불집회 직후 전면 개헌을 했어야 한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실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농단으로 상대진영이 와해됐을 때 촛불혁명의 동력을 통해 전면 개헌을 실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으로, 지금은 여야 구도가 갖춰진 상황에서 전면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합의하는 것을 (개헌으로)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이 후보는 경제기본권, 지방자치 강화, 환경 기후 위기에 대한 국가 책임 등은 전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사안으로 점진적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방분권도 통합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소멸위기에 닥친 지방은 국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되, 집중화된 수도권의 문제도 그 나름대로 풀어가는 '균형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나라가 과거에 자원이 부족한 시대에는 수도권에 집중 투자했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한계에 달했다. 투자의 자원은 남아도는데 투자할 곳이 없고 서울은 과밀해서 폭발하게 생겼고, 지방은 소멸위기를 겪게 돼서 국가의 장기발전에 장애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억강부약에 따라 국가 자원을 지방에 우선 배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재정, 공공기업, 인프라 등을 지방에 가중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규제 완화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도지사의 경우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반대한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일방적으로 지우면 수도권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방에 계신 분들은 모르실 수 있는데 집 1평에 1억 5천이 상상이 되나. 10평에 15억이 이해가 되시냐"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국가의 미래가 매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부동산 해법으로 수도권에 대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지방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를 지하화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기존의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는 게 (집값 안정화에)가장 빠르다"며 "다주택자를 위해 양도세를 깎자는 게 아니고 시장 공급을 늘리는 쉽고 빠른 길이라 상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 대책으로 서울 용산공원, 서울공항, 김포공항 등에 청년공공주택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울·부산·대구 등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를 지하화해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존 공급목표가 민간을 포함해 280만호인데, 그외 추가로 할 수 있는 것은 서울·부산·대구 등의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라며 "여기를 지하화하면 도심 재정비 효과가 있고 상당 정도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8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델리민주 캡쳐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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