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올해는 전기차 시장이 크게 확대된 한 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의 생산 또는 판매를 중단하며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가 잇달아 출시됐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차 업체들도 올해 전용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30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 분석 등을 분석한 결과 폭스바겐과 테슬라 등 주요 12개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생산량이 올해 368만대에서 2025년 1453만대, 2030년 3936대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전기차 확산으로 완성차업체들과 배터리 제조사와의 합작회사 붐이 일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포드, GM과 합작공장을 발표했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포스코케미칼 역시 GM과 손을 잡고 양극재 합작사업에 나섰다.
자율주행 시대도 더욱 다가왔다.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오토 파일럿이나 크루즈 컨트롤 등은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이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모델S, 모델 X, 모델 3에 적용해 양산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기존보다 한 단계 진화된 'FSD 베타 버전 9.0'을 소수 고객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GM, 혼다 등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속속 내놓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를 2023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로보택시를 레벨4 수준으로 개발 중이다.
GM은 지난 10월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주행 상황에 95% 이상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울트라 크루즈'를 공개했다. GM은 대중 모델에 슈퍼 크루즈를, 프리미엄 모델에는 울트라 크루즈를 탑재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일본 혼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승용차 '레전드'를 출시했다. 시속 50㎞ 이하의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보거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 직원들이 아산공장에서 쏘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내수 시장의 뒷받침으로 위기를 넘겼던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은 공장 가동률을 줄였고 반도체 수급에 따라 생산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요는 늘었지만 막상 팔 수 있는 자동차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인기 차종의 경우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수개월 전 출고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내년까지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중고차 시장 개방은 공회전을 거듭했다. 현재 중고차판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지 약 3년이 지났다. 결국 국내 완성차업계가 내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기아는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반도체 수급난에도 제네시스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맹활약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8만1154대를 판매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총 20만대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제네시스가 20만대를 넘어선다면 50%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5와 캐스퍼의 인기가 두드러졌고 기아는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레저용차량(RV)의 강세를 이어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내수, 수출 등 전체적인 물량이 수십만 대 정도 차질이 생겼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며 "전용 플랫폼을 통한 완성도 있는 전기차가 나오면서 전기차의 원년이라 할 만큼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던 한 해다"고 말했다.
이외에 올해 쌍용자동차의 매각도 본격화됐다. 지난 10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는 내년까지 10종, 2025년까지 2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는 당초 연말까지 본계약을 마무리하고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확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이나 운영능력에 의문을 표하며 인수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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