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는 대선 3대 승부처로 '서울 부동산 민심', '2030 청년 표심', '코로나에 지친 자영업자의 생계민심'을 꼽았다. 집값 폭등에 분노한 서울 민심이 전통적 보수표심과 함께 정권교체 심리를 떠받드는 가운데, 2030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기도 했던 2030 '집토끼'는 조국 사태를 비롯한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에 반발,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몰아주며 기존 여의도 문법을 명확하게 깼다. 해서 등장한 시대 과제가 '공정'이었다. 여기에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생존의 문턱에 선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의 생계민심이 누구를 향할 지도 미지수다. 지역과 세대 등 기존 대선을 관통했던 승부처는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그 힘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3회에 걸쳐 새로 떠오른 3대 승부처를 뜯어본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대통령선거가 2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후보도 2030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표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리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부동산·일자리 등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원한다. 그러나 후보 본인 및 후보 가족과 관련한 연이은 의혹으로 정책 경쟁은 뒷전이다. 이들이 누구에게 쉬이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유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2일과 3일 들어본 청년 민심은 상호 비방의 네거티브 선거 대신 각 후보 정책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경쟁을 원하고 있었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린 지난 19대 대선의 화두가 '공정'과 '정의'였다면, 이제는 미래를 논하며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폭등한 집값을 잡을 대안과 구인난에 시달리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 등이 필요한 청년 정책으로 제시됐다.
서울시 동작구 숭실대 인근 모습. 사진/김동현 기자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매주 실시하는 정기 여론조사 결과, 2030 표심은 매주 지지 후보가 바뀌며 어느 한 후보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다자대결 조사를 시작한 11월2주차 13차 조사에서는 20대 유권자의 27.6%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고, 30대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32.0%로 1위였다. 이후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2030세대에서 근소하게 앞서거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말한 20대 여성 유씨(서울시 서초구)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씨는 후보 선호도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생산성 없는 대선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며 "주변에서도 '이번 대선에 뽑을 사람이 진짜 없다'고 말하는데, 후보들이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가족 리스크'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가족 관련 의혹이 영향을 많이 주며 다른 한쪽으로 쏠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서로 다를 바 없다"며 "앞으로 의혹에 후보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견지했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이번 대선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 관련 의혹들이 부각되며 서로를 비방하는 네거티브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윤 후보의 경우 부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의혹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지지율이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달 26일 김씨가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사과 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후보의 경우 지난달 16일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발빠든 대처와 진정성을 부각했다.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지난달 14일 이후 실시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의 실망감은 여실히 드러났다. 윤 후보가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공정' 가치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이는 조국 사태를 촉발시켰던 표창장 위조마저 소환했다. 지난달 18~19일 실시된 19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20대 응답자 27.4%, 30대 응답자 43.8%의 지지를 받으며 윤석열 후보(20대 27.1%·30대 29.3%)를 앞질렀다. 지난달 25~26일 실시된 20차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20대 25.2%, 30대 43.7%의 지지를 받으며 그 격차가 벌어졌다. 윤 후보의 경우 20대 20.4%, 30대 23.0%의 지지를 얻었다.
상대방 후보가 싫어 반대 진영의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청년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30대 남성 직장인 조씨(충남 서산)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윤석열 후보가 싫어서"라고 답하며 "윤 후보가 현 정부에서 검찰총장까지 하고서 한다는 것이 '안티 문재인'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문재인정부를 독재정권에 비유하는가 하면 "3류 바보", "미친 사람들"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반문 전선에 몰두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30대 여성 황씨(서울시 관악구)가 동작구 한 카페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가 들어본 청년 민심은 비방전에 의존한 경쟁이 아닌 청년 정책을 앞세운 대결을 원했다. 지난 19대 대선이 대통령 탄핵과 함께 공정과 정의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공약과 이를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화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손실보상 방안과 이번 정부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폭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이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학원생인 30대 여성 황씨(서울시 관악구)는 "대선주자들의 정책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사라졌다"며 가장 필요하고 듣고 싶은 정책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그는 "당장의 의식주 문제인 부동산 정책에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간다"며 "일단 공급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박모씨(서울시 동작구)도 "앞으로 '서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 이런 공약을 실천하겠다'가 중요하다"며 "2030이 공약을 볼 때 집중해서 보는 영역은 일자리 창출, 부동산, 코로나19 대응 등 3가지"라고 전했다.
2030이 청년 정책을 두고 후보 간 열띤 토론을 원하는 가운데, 올 2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하기 전까지 후보 토론회 개최는 요원할 전망이다. 당장 윤 후보가 공식 선거 기간 열리는 3회의 법정토론회 외의 다른 토론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 후보에게 대장동 특검을 받아들이면 토론회에 나서겠다는 '조건부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선대위가 지난 3일 '전면 쇄신'을 선언하며 내홍에 휩싸인 상황으로, 윤 후보가 당장 토론회에 참석하거나 외부 일정을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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