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평화의 소녀상' 밖에서 진행된 '30돌 수요시위'
'윤미향, 정의연 후원금 횡령 사건' 이후 보수단체 장소 선점
정의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까지 변함 없이 외칠 것"
"극우단체, 모욕 등 방치…인권위에 종로 경찰서 진정서 제출"
2022-01-05 16:04:28 2022-01-05 18:31:3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누가 알았을까요. 극우 역사부정 세력이 수요시위 장소를 뺏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을 줄."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5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1525차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로 벌써 30년째다. 지난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명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됐다. 
 
5일 진행된 수요시위 30주년 시위. 사진/표진수기자
 
피해 생존 할머니를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은 일본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공식 사죄 △법적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해왔다. 역시 30년째 같은 요구를 이어왔으나 제대로 해결된 것은 없다.
 
30주년이 된 이번 수요시위에는 일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으로 영하 8도까지 떨어졌음에도 3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일본정부는 공식 사죄하라' '우리가 있는 한 일본의 만행은 지워지지 않는다' 등 피켓든 채 QR체크와 체온을 측정한 뒤 시위가 열리는 펜스 안으로 들어갔다. 펜스 안에는 제1차 수요시위 현장 사진을 크게 인쇄한 포토존이 있었고, 수요시위 30년 역사를 돌아보는 사진들도 전시됐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성명서를 통해 "수요시위 30주년을 맞았다. 기막힌 세월, 경이로운 여정, 믿기지 않는 시간이다"라며 "누가 알았을까. 차가운 거리, 냉혹한 시선, 냉소적 조롱 속에오로지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자 섰던 그날이 30년 여정의 시작이었음을"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 사장은 이어 "30년 시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사죄는커녕 퇴행만 거듭하고 있을 줄.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 한복판에서나 있을 법한 극우 역사부정 세력이 수요시위 장소를 뺐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을 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진정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역사를 지우고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가 해결되는 날까지 우리는 변함없이 평화로에서 서서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도 영상편지를 통해 심정을 밝혔다. 이옥선 할머니는 "수요시위 30년이 금방갔다"며 "일본은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없이 여러분들이 나와서 얘기해주는 것에 감사하다"며 "일본만 보고 있을 순 없다.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문제 해결에도 협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수요시위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외교부를 향해 행진했다. 극우단체와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소녀상 일대에 150명 규모의 3개 부대를 배치해 만일의 충돌에 대비했다. 
 
5일 진행된 수요시위 30주년 시위에 영상편지를 보낸 이용수 할머니. 사진/정의기억연대 유튜브 캡쳐
 
이날 수요시위는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연대가 기존 수요시위 장소인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먼저 자리를 선점하면서 소녀상 앞이 아닌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됐다. 
 
자유연대는 지난해 5월 말 윤미향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현 무소속)의원의 정의연 후원금 횡령 및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장소를 선점해 왔다.
 
현장에는 평화의소녀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자유연대와 친일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정의연 순으로 약 15m 간격으로 붙어 있었지만, 충돌없이 진행됐다.
 
정의연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수요시위 현장에서 일어나는 극우단체의 모욕과 명예훼손을 경찰이 방치하고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종로 경찰서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1년 전부터 극우단체들이 수요시위 현장을 선점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등을 거짓 비방하며 모욕과 명예훼손을 자행하고 있다"며 "매 수요시위마다 직간접적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경찰은 적극적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의 적극적 해결을 촉구했다.
 
5일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시위를 반대하는 자유연대.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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