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유상증자 실권주에 대한 인수인의 잔액인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거나 인수인이 없는 유증발행이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에 앞서 유증 발행방식과 실권주 인수 수수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증의 경우 주식 가치 희석과 대규모 물량 출회로 향후 주가가 크게 밀릴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체크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인수인의 잔액인수 수수료가 높거나 인수인이 없는 청약의 경우 발행 주관사가 해당 기업의 리스크를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 투자자들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했거나 예정된 기업은 25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실권주에 대한 잔액인수 수수료가 10% 이상이거나 인수인이 없는 모집주선인 방식의 유증을 택한 기업은 총 15곳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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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배정이나 사모 방식의 유증을 제외하고 주주배정 유증은 인수인 잔액인수 방식과 모집주선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수인 잔액인수 방식은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대표주관사가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잔액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대부분의 발행사들은 인수인 잔액인수 방식을 택한다. 청약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최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상적인 유증의 경우 잔액인수인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인이 없는 경우 모집주선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모집주선인 방식은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발행사들도 조건을 맞춰 인수인을 구하려 한다”며 “결국 유증 발행방식 결정 여부는 발행사의 인수 수수료 납부여력 등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인 방식은 발행사의 자금조달이 수월해지지만, 증권사 입장에선 영업용 순자본 비율이 낮아지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실권주 인수 확약 시 통상 10% 이내에서 잔액인수 수수료를 설정한다. 다만 기업에 따라 인수 수수료가 20%까지 치솟는 경우도 있다.
수수료가 가장 높았던 기업은
오리엔트정공(065500)으로 무려 20%의 수수료를 적용받았다. 유증의 대표주관사인
상상인증권(001290)은 오리엔트정공의 실권주 인수에선 인수금액의 20%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으며, 기본수수료로 모집총액의 2%나 4억원 중 높은 금액을 받기로 했다.
잔액인수 수수료가 높으면 증권사 입장에선 그만큼 주가하락에 따른 손해를 피할 수 있다. 만약 최근 주가가 1만원인 기업이 유증 발행가로 20% 할인율을 제공했을 때, 20%의 잔액인수 수수료가 붙는다면 증권사 입장에선 주가가 6400원(36%, 8000원에서 20%할인)까지 급락해도 손해를 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인의 잔액인수 수수료가 높거나 인수인이 없는 청약의 경우 발행 주관사가 해당 기업의 리스크를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 투자자에게 부정적 이라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상증자 시 단수주(계산상 발생하는 1주 미만의 주식)나 실권주는 주관사에서 인수한다”며 “잔액인수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실사를 진행한 주관사가 해당 기업의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고 보고 있거나, 발행사가 실권주 수수료를 납부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의 인수 수수료는 기업의 재무상태나 사업의 성장성, 최대주주의 지분율과 유증 참여율 등 향후 주가 하락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책정된다”며 “유증 기업의 공시를 하나하나 뜯어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권주 인수인 유무와 잔액인수 수수료는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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