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신송희 기자] 작년
엔씨소프트(036570) 상한가를 만들었던 '슈퍼개미'가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직원 이모씨로 확인되면서 이모씨가 거래를 진행했던 키움증권 계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규모 자금 거래가 일어난 증권사에서 자체 리스크 내부통제를 통해 사건을 초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와서다. 특히,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씨가 키움증권의 개인계좌로 대규모 회사 자금을 이체했다면 금융사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에 포착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 사옥. 사진/키움증권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11월11일 거래원 상위 1위 매수 창구는 키움증권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 창구를 통해 집계된 매수량은 128만9139주로 확인됐다.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NFT(대체불가능토큰) 관련 사업 진출 소식에 직전일 대비 18만1000원(29.92%) 오른 78만6000원을 기록해 상한가로 치솟은 바 있다.
해당일 한국거래소는 개인의 단일계좌를 통해 70만3325주가 매수된 것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한 바 있다. 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날 단일 창구로 유입된 매수량 중 70만주가 넘는 창구는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키움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35만8855주), 미래에셋증권(35만7004주) 등이 매수 상위 창구로 나타났지만, 거래된 매수 규모를 기반으로 볼 때 순매수 규모만 3500억원에 달하는 개인 거래가 가능한 창구는 키움증권만이 가능하다.
11월15일 대규모 개인 계좌의 매도가 일어난 시점에도 키움증권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11월11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12일(-9.03%), 15일(-7.69%) 이틀 연속 하락했다. 15일에 거래소는 엔씨소프트에 대해 또 다시 개인의 단일계좌 거래가 집중돼 53만주의 매도 물량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15일 매도 상위 1위 창구 역시 키움증권으로 68만6165주가 집계됐다. 53만주 이상 매도 거래가 일어난 창구는 키움증권이 유일했다. 키움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9만6312주), 한국투자증권(6만6981주)가 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신고된 개인 단일계좌 물량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모씨가 11일 키움증권을 통해 매수한 이후 15일 대규모 매도를 진행한 시점에도 키움증권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매수와 매도를 진행한 시점의 경우 이모씨가 미수 거래를 진행했다고 가정하면 설명이 가능하다. 미수 거래는 매매 시작일부터 이틀 뒤에 미수금이 발생될 경우 미수금을 채우지 못하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때문에 11월11일 엔씨소프트를 매수한 이모씨가 상한가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매매일 이후 이틀째인 15일에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주식을 처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지분 공시와 엔씨소프트의 주가 추이를 감안할 때 이모씨는 수백억원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이씨의 매매) 해당 계좌 방식이 미수인지 CFD인지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개인 계좌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그 자금을 통해 대규모 매매 거래가 일어난 시점에 키움증권 측이 이상거래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겠냐는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 단일 계좌로 대규모 매수도가 집중된 사안이라면 키움증권이 개인 계좌로 자금이 이체되거나 유입된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자금 흐름에 대한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역대급 횡령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키움증권과 감독당국은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사안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진행을 했다"면서 "법적인 이유로 관련 사안에 대한 가부를 확인해 줄 순 없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에 대한 이상 자금 흐름이나 개별 모니터링 사안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개별 종목과 관련한 이상거래나 징후 등에 대한 모니터링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사건으로 인해 거래정지가 되면서 수만명 주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면서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나 사전 징후가 감지될 수 있는 여러가지 금융사의 장치가 있었을텐데, 실상은 대규모 횡령이 터지기 전에는 아무도 관련 사실을 지적하지 않은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은 전자금융거래에서 생성되는 접속정보, 거래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상금융거래를 탐지 및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은행 20곳과 증권회사 26개사는 2014년부터 구축해 운영중이다.
최성남·신송희 기자 drks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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