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뜨거운 뇌관인 금융투자소득세가 막바지 불꽃을 태우는 모양새입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투세에 대한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점입가경인데요.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여당에 이어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유예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경한 개인투자자 일부는 유예를 넘어 폐지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금투세는 내용을 떠나 '논란' 자체가 국내 증시엔 악재임에 분명합니다. 증시는 불확실성 그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해리스냐, 트럼프냐'를 놓고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혼동의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대로 가면 시행은 기정사실인데요. 그럼에도 연말을 향해 갈수록 유예 목소리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유예'를 외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여야 합의로 시행이 결정된 사안인 만큼 민주당은 원칙을 강조하며 내년초 시행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건하던 민주당에서도 최근 균열이 감지됩니다.민주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인데요. 핵심은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이며, 시장이 선진화된 이후 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금 부과를 좋아할 국민은 없습니다. 없던 세금이 새로 생긴다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책입안자 입장에선 명분이 있다면 강행할 수 밖에 없을텐데요.
그럼에도 현재 금투세 유예에 걸려있는 프레임인 '부자감세'에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금투세를 찬성하는 민주당은 대다수 개미에겐 피해가 없는 법안이며, 실질적인 세금은 소위 말하는 '큰손'에만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치는데요. 하지만 실제 금투세가 소수 큰손에게 해당한다고 하면 큰손이 세금이 싫어 국내 증시를 떠난 후 그 피해가 남은 개미에게 간다는 설명에 대해선 명확한 의견 제시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선전, 선동의 언어라고 치부하는 것 말고 명확한 의견 말입니다. 실제 이 부분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금투세 유예와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의 '핀셋' 규제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강남권 부동산에 규제를 강화하자,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오르고 집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퍼졌던 풍선효과를 연상케합니다. 실제 금투세가 시행됐다고 가정해봐도 실익을 가늠하긴 힘듭니다. 바닥을 기는 현재 증시 환경에 빚대어 이익은 커녕 대다수 손실을 보고 있다면, 금투세 시행 의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시장 상황은 최악이지만 민주당 주장처럼 큰손 투자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세금으로 보일 순 있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세금이 싫어 큰손이 떠나고 국내증시의 탄력이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로 갈까요? 남은 몇몇의 개인투자자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증시에선 금투세 시행 우려인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증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불과 한달여전 60조원에 육박하던 투자자 예탁금은 최근 기준 51조원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한달새 10조원 가까이 이탈한 셈인데요. 50조원대 예탁금 수준은 올해초와 유사합니다. 현재 코스피 지수도 올해 1월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예탁금 수준과 증시 레벨의 상관성은 매우 높습니다. 투자자들이 왜 국내증시를 떠나고 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성남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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