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한일시멘트-HLK홀딩스 합병 과정에서 한일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내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이 18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성보기)는 18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 한일시멘트 전근식 대표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허 회장 등 피고인들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정식 재판을 진행하기 전 양측 주장과 증거 신청 등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이날 허 회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매매양태만 봐도 주가를 움직이기 위한 태양(순차적 가격상승주문 또는 가장매매 등)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2020년) 당시 시멘트업계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였다”면서 “시세조종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매매를 유인해야 하는데 매매를 유인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일시멘트는 2020년 5월 한일현대시멘트(옛 현대시멘트)의 모회사인 HLK홀딩스와 1대 0.502 비율로 합병을 결정했다. 이후 같은 해 8월1일 합병이 이뤄졌다. 합병은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 △한일홀딩스-HLK홀딩스-한일현대시멘트로 나뉜 지배구조를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수직계열로 변경하기 위해 진행됐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당시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가 합병법인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내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8년 7월 한일홀딩스에서 인적 분할된 한일시멘트 주가는 그해 9월 16만대까지 치솟았다가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타며 합병 발표일인 2020년 5월 8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합병 후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현재 6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허 회장 일가가 한일홀딩스를 통해 한일시멘트 등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게 됐다. 한일홀딩스가 합병법인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눌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 같은 의혹에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020년 서울 서초동 한일시멘트 본사와 허 회장 자택, 한일시멘트그룹 지배구조 자문을 맡았던 삼성증권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듬해 4월 금감원 특사경은 수사를 마무리한 뒤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에 검찰은 허 회장 등을 한일시멘트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 대표 등 임원들은 2018년 한일홀딩스가 한일시멘트 주식을 저가로 현물 출자받아 회사에 306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 측이 신청한 삼성증권 직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며 3월 15일에 첫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 사진/한국시멘트협회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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